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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호] 최재덕 전문연구원 - 미중무역 갈등과 한국의 대응

제129호

최 재 덕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 전문연구원)

미중무역 갈등과 한국의 대응

미중무역 분쟁이 장기화하면서 미중수출의존도가 37%에 이르는 한국의 고민이 깊다. 더욱이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와 그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으로 미중 갈등이 한국에 투사되었을 때 한국이 겪었던 경제적·외교적 어려움을 반추한다면, 양국의 자존심을 건 미중패권전쟁에 대한 한국의 대응 전략 수립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한국 경제의 높은 대중국 경제의존도와 중국 수출의 중간재 수출 편중은 미중 갈등 상황에서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이다. 그동안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면서, 미중 사이에서의 줄타기나 전략적 모호성으로 일관했던 한국의 대응은 중국에는 한국을 얕잡아 보는 빌미를 제공하고 미국에는 동맹으로서 신뢰를 주지 않는다는 불신을 갖게 했다. 결과적으로, 미중 모두에게 한국은 기회주의적이라는 이미지를 주어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왔다. 미중 갈등이 극대화된 상황에서 한국은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고, 동북아 중견국으로서 경제적·외교적·지정학적 위상을 지키기 위한 국가 전략 차원의 대비책 마련과 한국 경제의 구조적 체질 개선이 시급함을 인지한 후에 원칙과 일관성 있는 한반도 미래 전략을 수립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한 안보 및 국제 정치적 영향력 강화와 한중 경제협력을 동력으로 한 경제발전은 미중 관계가 협력 관계일 때는 양립이 가능하나 미중 패권 전쟁과 같은 장기적 갈등 상황에서는 한국은 지속해서 양자택일을 강요받고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이 경제적 타격 및 국제 사회에서의 외교적 고립으로 귀결되는 지정학적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경우, 미중이 그들의 갈등을 한국에 투사함으로써 구한 말 한반도가 강대국들의 이권 다툼의 각축장이 되었던 것과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우리가 미중무역분쟁을 가장 민감한 현안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한국이 미중무역분쟁에서 희생양이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미중 선택의 딜레마, 우리 경제의 대응 전략의 부재라는 실존적 고민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이럴 때일수록 미중무역분쟁이 미중패권전쟁의 시작이라는 현실을 직시하고 시대적, 공간적, 시간적 프레임에 따라 한국이 처한 상황을 다각도로 분석해야 한다. 따라서 한국 경제의 대응 전략도 거시적 관점에서 한반도의 전략적 지정학의 수립, 4강과의 협력적 파트너십 유지, 신남방·신북방 정책 가속화와 경제적·외교적 공간의 확장을 염두에 두고 미시적 전략 수립이 이루어져야 한다.

미중무역분쟁에 대한 우리 경제의 대응은 다음과 같은 사항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첫째, 한국은 원칙과 일관성 있는 한반도의 전략적 지정학을 수립해야 한다. 한국이 속한 동북아시아는 미·중·일·러의 지정학적 각축장이 되었다. 미국의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 중국의 ‘일대일로’, 러시아의 ‘신동방정책’, 일본의 미일동맹 강화와 ‘인도-태평양 전략’에 적극 가담 등 각국의 지정학적 전략은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뒷받침할 지경학적 전략을 수반하여 서로 상호보완적 역할을 함으로써 역내 자국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순환을 이루고 있다. 반면, 한국은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기대면서 자국의 전략적 지정학을 수립하지 못하고 지금도 100년 전 강대국에 의해 규정된 지정학에 예속되어 있다. 한국은 국가적 자주성과 자긍심으로 바탕으로 국제적 위상과 경제 규모에 합당한, 원칙과 일관성 있는 한반도의 전략적 지정학을 수립하여 개별 사안에 흔들리지 않는 외교 전략을 펴야 한다.

둘째, 한국은 미중무역분쟁의 여파로 발생할 수 있는 중국발 금융위기에 대비해야 한다. 미중무역분쟁은 미중 양국이 경제적 손익분기점이나 합리적 결정에서 벗어나 큰 손해를 감수하는 장기전이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미국이 입을 경제적 타격보다 중국이 입을 경제적 타격이 더 크다는 것은 자명하다. 중국의 수출 둔화, 경제성장률 하락과 부채리스크가 맞물리고, 실물경기 둔화가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이어져 지방정부, 부동산 기업, 가계·기업 부문의 연쇄 디폴트 가능성이 커지면 중국발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미중무역분쟁은 차이나 리스크를 증폭시킬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은 이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

셋째, 한국은 한·미·중 관계에만 매몰되지 말고 넓은 시야를 가지고 미중무역분쟁에 대한 4강과 신북방·신남방 경제협력 국가들의 대응 전략을 검토해야 한다. 일본은 미일동맹 강화를 기반으로 미국의 반(反)화웨이 정책에 동참하면서도 일중 경제협력 및 관계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미중으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인도도 중국과 미확정 국경에서의 군사적 긴장, 중국과의 경제협력 필요성,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미동참시 받게 될 200억 달러의 대미흑자에 대한 미국의 압박에 직면하는 딜레마 상황에 있다. 동남아국가들은 물론 캐나다, 호주 등도 미중무역분쟁에서 미국 측으로 기울면서, 자국 내에서 중국이 미치는 경제적 영향력이 큰 만큼 중국의 경제보복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다. 물론, 미중무역분쟁으로 인해 예상되는 피해 규모와 대처 방법이 국가별로 상이하고 한국만큼 큰 타격이 있다고 보기 어렵더라도 현 상황을 대처하는 다른 국가들의 대응 전략을 검토하여 우리의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넷째, 미중무역분쟁은 자본주의 민주주의 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대결로 보아야 한다. 미국이 고심 끝에 2001년 중국의 WTO 가입을 승인한 것은 중국이 미국 중심의 국제 질서에 편입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WTO 가입과 대미수출로 부를 축적한 중국의 선택은 중국 중심의 질서를 구축하는 것이다. 미중무역협상이 타결되지 않는 것은 미국의 요구사항이 궁극적으로 중국의 경제 구조를 미국 중심의 경제 구조에 편입시키려는 시도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으며, 중국이 이를 체제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데 미중무역협상이 타결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 경제의 대응은 어떠해야 할 것인가? 미중패권전쟁의 내재적 의도를 파악한다면 한반도 안보에 대한 한미동맹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그 동맹의 상대가 앞으로도 수십 년간 세계 패권을 유지할 현재의 패권국이며,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국가로서 한국의 선택은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지정학적으로 중국과 한국은 뗄 수 없는 관계로 동북아 평화 유지, 한국의 높은 대중국 경제의존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위해 중국과의 협력적 파트너십 유지가 필요하다. 따라서 미중 선택의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한국의 현재와 미래를 위한 전략적 대응 방안을 간구해야 한다.

첫째, 한중경제협력 구조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한국이 미중 갈등 상황의 개별 사안마다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합리적인 결정을 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한국의 높은 대중국 경제의존도에 의한 중국의 경제 무기화, 경제보복 때문이다. 지난 30여 년간 한중의 상호보완적 경제 구조와 아시아 경제의 세계 경제 성장 주도로 한중경제협력은 윈-윈하는 관계였으나 결과적으로 한국 경제의 중국 경제 동조화와 종속 관계 심화로 한국 경제 구조가 취약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그러나 대중 경제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미중무역분쟁의 피해를 줄이는 근본적인 대책임은 분명하지만 산업 구조적으로 단기간에 급격히 이루어질 수 없고, 그렇게 되는 것이 바람직하지도 않다. 따라서 현실적이고 이상적인 해결책은 일차적으로 중국 수출에서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율(78.9%, 2017년 기준)을 낮추고 소비재와 자본재 비중을 높이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이차적으로 글로벌 분업체제의 약화, 지식집약화 진전에 따른 세계 경제의 변화에 대응하면서 중국과의 서비스·투자 분야의 FTA 타결 노력, 한중 경제 구조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경제협력 모델 개발 등 경제협력을 기반으로 한 한중경제협력 구조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한중경제협력 구조의 체질 개선을 위해 국가 전략적 차원의 대비책이 필요하다.

둘째,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한국은 중국 산업구조의 변화에 대응하고 첨단산업 분야의 투자와 고급기술인력과 원천기술 유출을 방지하는 등 ‘중국제조 2025’에 대응해야 한다. 한중간 무역·투자 관계의 상호보완적 분업구조가 약화되고 경쟁적 성격이 강화되었다. 한중간 주력산업 중첩과 산업기술력 격차 축소로 중국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꾸준히 상승하고 우리나라 세계 점유율 1위 품목 중 상당수의 점유율 격차가 축소되고 있다. 중국제조 2025는 중국 제조업의 자급률을 높여 수입대체화를 촉진하므로 대중국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위협요인이 될 수 있다.

셋째, 신남방·신북방 정책을 가속하여 미·중에 편중된 경제협력에서 벗어나 중앙아시아·아세안 등으로 경제협력 대상을 다변화하여 한국 경제의 취약성을 극복해야 한다. 한국 경제의 개방성을 유지하면서 경제협력 국가 다변화와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과 4차 산업혁명의 신성장동력 창출을 모색해야 한다. 신북방정책의 대상을 중국 동북 3성과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확장하여 경제산업기술의 상호보완성이 높은 중앙아시아국가들과의 협력을 모색하고 EAEU(유라시아경제연합)과의 FTA 추진하는 등 인구 1억 8천, GDP 2조 1천억 달러의 거대시장과의 협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제조업을 키우려는 아세안 국가들과의 협력을 모색하여 대중국 수출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제조업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극복해야 한다.

넷째, 우리 경제는 글로벌 가치사슬(GVC: Global Value Chain)이 약해지는 것에 대비해야 한다. 한국은 글로벌 공급망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어 보호무역과 미중무역분쟁에서 그렇지 않은 국가보다 큰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더 크다. 세계 성장과 교역 간 연계성 약화, 글로벌 분업체계가 약화됨에 따라 사물인터넷과 AI,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기획, 생산, 유통, 판매 등을 통합한 ‘스마트 공장’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미중무역분쟁으로 전 세계 생산공급망인 글로벌 가치사슬이 약해지는 상황을 역이용하여 중소·중견기업의 글로벌 가치사슬 편입을 유도하고, 석유화학, 반도체, 자동차 등 대기업 위주의 13대 수출 주력상품도 다변화해야 한다.

한국은 미중무역분쟁이라는 도전에 응전하면서 취약점을 개선하고 장기화할 미중패권전쟁에서 한국이 나아갈 방향과 비전을 정립해야 한다. 미중무역분쟁을 한반도의 전략적 지정학을 수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4강과의 협력적 파트너십을 유지하면서 신북방·신남방 정책으로 한국의 영향력을 확대하여 안정적인 국제정치·경제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또한, 미중무역분쟁을 한중경제협력의 체질 개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중국 산업구조의 변화와 경쟁적 환경, 기술격차 축소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면서도 중간재 수출로 계속 흑자가 나고 있는 상태에서의 산업구조조정은 쉽지 않다. 이번 기회를 통해 중간재 수출에 편중된 대중국 수출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중국에 편향된 경제 구조를 개선하려는 노력과 함께 중국과의 외교 관계에서의 자주성을 회복해야 한다. 강한 나라에 약하고 약한 나라에 강한 중국의 특성을 파악하고 중국이 정치적·경제적 힘으로 한국을 제압하여 중국의 질서 아래 두려는 시도에 한국은 단호하고 의연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이것이 현재의 한국뿐만 아니라 미래 한반도 평화체제하에서 중국과 대등한 외교적·경제적 협력의 틀을 구축하는 방안이 될 것이다. 한국은 미중무역분쟁을 한미동맹과 상호존중을 바탕으로 한 한중관계 유지가 가능함을 중국에게 인식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한국은 미중무역분쟁을 직시하되 과대해석하여 심리적인 불안감을 키우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한국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하고 미중 사이에서 소신 있고 지혜로운 판단을 해야 한다. 미중무역분쟁 과정에서 발생하는 개별 사안에 지나치게 침착하거나, 양자택일 상황에서 선택하더라도 나머지 국가로부터 경제보복, 외교적 고립 상황에 놓이지 않아야 한다. 한국의 대중국의존도가 높은 상태에서 중국을 자극하여 경제보복의 본보기가 되지 말아야겠지만, 지금과 같이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한미동맹이 흔들리면 한국이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2차 세계 대전 후 세계 경제의 고도성장과 무역 확대, GATT 체제에서 선진국-개도국 간 무역의 비대칭적 혜택 등 우호적 국제 경제 환경을 잘 이용하여 세계 역사에 유례없이 짧은 기간에 빈곤과 저개발을 탈피하고 경제 대국으로 변모했다. 또한, 한국은 지난 70년 동안 오일쇼크, 아시아 외환위기, IT 버블 붕괴, 글로벌 금융 위기 등의 경제 위기 극복과 70년대 노동집약적 공산품 수출에서 중화학공업 육성정책으로 전환, 90년대 개방화와 2000년대 글로벌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면서 위기를 기회로 만든 저력 있는 국가이다. 최근 한국무역협회의 발표에 따르면, 미중무역분쟁으로 우리나라가 대(對)세계 수출에 영향을 받는 정도는 0.1%, 대중 수출의 경우 0.04%로 예상했다. 현재 지속되고 있는 글로벌 경기 둔화는 세계적인 추세로 중국, 일본 등의 수출 역시 마이너스이며 인도를 비롯해 빠르게 성장하는 개도국의 경제발전도 현저히 둔화하고 있다. 미중패권전쟁의 일환인 미중무역분쟁은 패권을 지키려는 미국과 도전국 중국이 겪어야 할 필연적인 결과이자 과정이다. 우리 경제가 지금까지 역사의 파고를 넘어왔듯이 이번 위기를 한국 경제의 기회, 한국이 자강하는 기회로 만드는 지혜가 필요하다.

● Issue Brief는 집필자의 견해를 토대로 작성된 것으로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이슈브리프 1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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