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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칼럼] 봉영식 전문연구원 - 식스 센스식 북한 보기 (한반도포커스)

최종 수정일: 2020년 10월 8일

[한반도포커스-봉영식] 식스 센스식 북한 보기




극적인 반전을 좋아하는 영화팬들은 엠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식스 센스(Sixth Sense)’를 기억할 것이다. ‘다이하드’ 시리즈로 유명한 브루스 윌리스가 연기한 아동심리학자 말콤 크로 박사는 아홉 살 소년 콜 시어를 돕기 위해 노력한다. 어느날 콜은 말콤에게 충격적인 고백을 한다. “난 죽은 사람들을 봐요. 그런데 그들은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만 세상을 봐요.” 20년 전에 개봉된 영화가 갑자기 생각난 것은 지난달 미·북 하노이 정상회담을 복기해 보다가 혹시 한국 정부가 식스 센스로 북한을 바라보고 있지 않은가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먼저 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에서 베트남까지 그 먼 길을 항공편이 아니라 열차로 이동했냐는 것이 궁금하다. 아무리 역마다 정차없이 최단시간에 거리를 주파한다 해도, 장장 왕복 130시간 8000㎞의 거리다. 1945년 해방 당시 수준에 머물러 있는 북한 열차의 최고속도는 시속 40㎞ 정도로 한국 KTX의 최고운행속도 시속 300㎞와 비교가 안 된다. 작년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현장에 다녀온 언론인들은 느리고 출렁거리는 열차로 장시간 이동한 후 차멀미로 고생했다고 입을 모았다. 김정은의 열차이동에 대해 몇가지 추측이 있다. 먼저 할아버지 김일성을 본떠서 애국애민하는 지도자의 모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라는 추측이다. 그가 베트남으로 출발하는 날 북한 매체들은 “지도자께서 애국헌신 대장정에 나섰다”고 보도하며 대대적인 분위기 띄우기에 나섰다. 두 번째는 특별열차 편으로 이동하면서 중국과 베트남의 주요 산업단지와 한국기업의 생산공장을 방문해서 북한은 이제 제2의 중국, 제2의 베트남으로 탈바꿈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주려 했다는 설이다.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자문위원은 2월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정은 위원장의 열차 이동은 북측 의전팀의 탁월한 판단과 선택”이라고 평가하고 “역사에서의 사열, 북-베트남 열차이동의 역사적 의미 등 충분한 스토리를 만들어 냈다. 여기에 더해, 평양에서 출발하는 열차가 베트남까지 연결된다는 이 당연한 사실을 전 세계가 특히 ‘우리’가 목격하면서, 통일이 되면 부산에서 출발한 열차가 평양을 거쳐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와 연결될 것이라는 두근거림까지…”라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은 ‘꿈보다 해몽이 좋은’ 경우가 아닌가 싶다. 북한에도 최고지도자 전용 항공기 ‘참매 1호’가 있다. 그러나 참매 1호는 1962년 소련에서 생산된 비행기다. 반세기전 생산된 비행기를 제대로 부품을 구해서 잘 유지했을지, 그리고 그 비행기의 장거리 조종을 믿고 맡길 만한 조종사가 북한에 과연 있을지 모르겠다. 아니면 북한 당국이 중국 정부에 항공기 제공협조를 요청했을 수 있었다. 북한은 작년 6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당시 젊은 장군님에 대한 깊은 존경의 표시와 정상회담의 성공을 기원하는 뜻에서 중국 정부가 자국 항공기편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걸 또다시 한다면 국가체면에도 영향이 있고, 주민에게 설명하기도 힘들다. 김 위원장이 정말 핵을 내려놓고 경제발전에 올인할 결심이 섰다면, 왜 베트남 가는 길에서나 회담 종료 후 귀국 길에서 베트남과 중국의 주요 산업단지를 방문하지 않았을까? 일설에 의하면 회담결렬 후 김 위원장은 너무 화가 나서 당장 귀국하려 했지만, 전용특별열차가 마침 중국에서 정비 중이었기 때문에 하는 수 없이 베트남에서 남은 일정을 소화하고 떠났다고 한다. 북한은 중재자, 촉진자 역할을 하겠다는 한국 정부를 두고 “자기 처지를 망각한 주제넘은 처사”라며 “당사자 역할을 해야 할 것”을 요구했다. 중재자가 되든 촉진자가 되든, 아니면 당사자가 되든, 한국 정부가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모종의 역할을 하고 싶다면 우선 보고 싶은 대로만 보는 식스 센스식 북한 보기부터 버려야 할 것이다. 봉영식 연세대 통일연구원 전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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