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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 동정] 문정인 특임연구원 인터뷰 - “남·북·미 판문점 만남 그림, 작년부터 트럼프 대통령 머리속에 있었다” (경향신문)

2020년 8월 6일 업데이트됨

“남·북·미 판문점 만남 그림, 작년부터 트럼프 대통령 머리속에 있었다”…문정인 대통령특보 인터뷰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68)는 남북·미, 북·미 정상간의 ‘판문점 만남’을 “역사적 장면”이라고 규정하면서 정치 지도자들 결단으로 얼마든지 분단과 군사분계선과 같은 인위적 장벽을 극복할 수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문 특보는 1일 서울 종로구 동아시아재단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한반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극적인 외교 이벤트의 의미와 향후 전개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문 특보는 “기본적으로 북·미 모두 대화의 욕구가 내재돼 있었기 때문에” 이같은 깜짝 이벤트가 가능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번 만남을 통해 북·미가 실무협의 재개에 합의하고, 실질적 진전이 있었다는 점을 들어 일각에서 제기되는 ‘정치적 쇼’라는 비난을 일축했다. 문 특보는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 정상을 판문점 남측구역 자유의 집으로 초대해 대화를 하도록 자리를 만드는 결단을 내림으로써 성공적인 ‘멍석외교’를 했다고 평가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판문점에서 남북·미, 북·미 정상 회동이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은 북·미대화 재개 합의 외에도 냉전의 현장에 남북·미 정상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점에서 커다란 상징성이 있는 것 같다. 어제 회동을 어떻게 보셨나.

“엄청난 역사적 장면이다. 판문점 정상 회동의 핵심은 군사분계선이 얼마나 인위적인 것인지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정상들이 정치적 결단만 내리면 얼마든지 오갈 수 있고 넘을 수 있다는 것을 모두에게 인식시켰다. 북·미 정상이 군사분계선을 넘었다가 다시 되돌아오는 과정을 전세계에 보여줌으로써 결국 분단과 대결의 상징인 군사분계선은 정치적 결단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상징적이지만 상당히 큰 의미가 있다. 실질적으로 얻어낸 것은 2~3주 내 실무접촉 시작하자고 합의한 것이다.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관계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특히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많은 사람들이 ‘톱다운 방식’ 협상의 한계를 보여준 것이며 실무협상을 통한 상향식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판문점 회동으로 북한과 상대하려면 결국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직접 소통해야 하고 톱다운 방식 만이 해결책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 제안에 북한도 즉각 답을 하고 나왔는데 양측이 이렇게 적극성을 보인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서로 셈법이 맞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미국과 북한 모두 기존 입장을 바꿔서 협상장에 오라고 주장했는데, 그건 사실 불가능하다. 김 위원장이 지난 4월 시정연설에서 미국에게 연말까지 셈법을 바꾸라고 했다. 하지만 그건 외교적·선언적 언사이자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말일 것이라고 본다. 미국도 하노이 회담이 실패가 아니고 북한과 대화를 원한다고 알관되게 이야기해왔다. 북한도 정상 간 신뢰를 강조하고 미국과 대화할 수 있다는 의지는 지속적으로 보여줬다. 북·미 모두 대화를 하려는 내적 욕구는 상당히 많았다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회 있을때 마다 서두르지 않겠다고 했는데 이렇게 적극성을 보인 것이 의외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 대선 국면으로 들어가는데 외교 분야에서 성공이 하나도 없는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공들인 게 북핵 문제다. 이 문제를 놓고 전임자인 오바마 비난을 많이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기본적 생각은 클린턴·부시·오바마 행정부가 모두 실패한 북핵 문제에서 승리했다는 것을 입증하고 싶은 것이다. 그 것을 대선에서 크게 부각시키고 싶어한다. 그걸 보여주려면 트럼프 대통령도 빨리 움직여야할 필요가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국내 일정 워낙 바쁘기 때문에 과거 싱가포르 회담처럼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대선을 앞두고 북한 문제에서 성과를 내고 싶어하는 욕구가 분명히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형적인 정치 리얼리티쇼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동의할 수 없다. 이걸 쇼라고 하면 아름다운 쇼다. 또 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만약 두 사람이 판문점에서 한 2분 만나고 끝났으면 쇼겠지만, 어쨌든 협의를 통해 김 위원장이 자유의 집까지 왔고 50분 이상 대화를 했다. 그걸 통해 북·미 실무접촉을 재개하자는 실질적 결과도 가져왔다. 그런 동의를 김 위원장에게 받아내려면 하노이에서 미국의 빅딜과 북한의 스몰딜 사이 뭔가 접점을 찾았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만약 기존 입장처럼 ‘올 오어 낫싱’(전부 아니면 전무) 그대로라면 북한이 실무접촉 제의에 응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회동 성사 배경에 대해 아시는대로 설명해 달라.

“이번 만남이 사전에 기획된 것은 아닌 것 같다. 김 위원장이 자기도 놀랐다고 하니까. 최선희 부상도 공식제의가 있으면 나오겠다고 한 걸로 봐서 사전조율은 안된 것이라고 봐야할 것 같다. 그런데 기본적으로는 지난해 1차 북·미 정상회담을 논의할 때, 특히 5월 들어서 장소를 어디로 할 것인지 논의하는 과정에서 우리 정부 일각에서 판문점에서 북·미 정상회담에 이어 남·북·미 정상회담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고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노력을 많이 했다. 그때 이미 트럼프 대통령 머리 속에 이 아이디어가 입력된 상태였을 것이다. 그래서 깜짝 제안이 나올 수 있었다고 본다.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떠나기 전에 오산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과 이방카를 무대 위로 불러 올라오게 했다. 폼페이오는 협상 총책임자이니 이해가 되는데 왜 이방카일까. 나는 판문점 이벤트가 이방카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본다. 판문점 이벤트를 가능하게 한 것은 이방카였다는 의미일 수 있다. 이번 이벤트를 두고 워싱턴포스트가 ‘이방카가 두드러진 역할을 했다’고 보도한 것은 근거가 있을 것이다.

-보수층 일각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위축됐다는 지적도 나왔는데.

“문재인 정부가 훌륭하게 협력을 잘 했다. 우리 대통령이 조연이다, 패싱이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난 그렇게 보지 않는다. 대통령이 결단해서 판문점에서 북·미 정상이 만나도록 한 것 아닌가. 외교란 게 당사자, 촉진자도 할 수 있고 중재 외교도 할 수 있지만 이번 경우는 문 대통령이 ‘멍석 외교’를 했다고 본다. 결국 북·미 정상이 다시 만나 대화를 재개할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줬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을 보러가는 것이면 북측 지역인 통일각에서 만나야 하는데 이번에 김 위원장이 남측 지역인 자유의 집에서 트럼프를 만났다. 한국 영토 안에서 북·미 정상이 만난 것인데 이게 어떻게 패싱이냐. 사실상 문 대통령이 호스트가 돼서 두명의 손님을 초대한 것이다.”

-북한은 단계적·동시적 해법을, 미국은 동시적·병행적 해법을 주장하고 있다. 북·미 실무협의에서 이 이견이 해소될 수 있을까.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지난달 19일 애틀랜틱카운슬 연설에서 북·미 모두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안전보장에 대한 전향적 생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그동안 일관되게 동시적·병행적 접근을 강조했는데 이것은 북한의 단계적·동시적 접근과 절충 가능하다고 본다. 북한 주장은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 원칙이고 그에 따라 단계적으로 동시교환 하자는 것이다. 미국이 말하는 병행은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동시에 추진하자는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빅딜이나 일괄타결이 쉽지 않다. 그러니까 단계적으로 하면서 신뢰를 쌓고 또 동시교환에 따라 신뢰를 쌓으면서 비핵화를 하자는 것이다. 단계적 동시교환 원칙이나 미국이 말하는 동시병행적 접근의 공통점은 동시에 있다. 쉽게 말해서 북한 입장에서도 미국이 안전보장, 정치·경제·군사적 보장 다 해주고 비핵화를 완전히 하자고 하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북·미는 실무협의를 시작해 결국 3차 정상회담을 여는게 목적이다. 3차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열리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우선 북한이 선제적 조치를 좀 해야 할 것이다. 풍계리 핵실험장에 국제조사단이 가고 동창리 미사일 실험장 선제적으로 폐기한다면 미국도 뭔가를 해야 할 것이다. 그 다음이 하노이에서 제시한 ‘영변 플러스 알파’다. 영변 핵시설을 검증가능하게 폐기한다면 상당히 큰 딜이 된다. 대통령도 말했듯이 남북간 경제교류협력을 가능토록 해주는 조치나 필요하다면 유엔안보리 결의 일부 완화도 생각할 수 있다. 미국은 북한이 ‘플러스 알파’에 전향적으로 나오지 않으면 협상에 응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북한이 그렇게 할 수 있다면 미국도 상응조치, 예를 들자면 남북경협에 필요한 제재 해제조치를 하거나 유엔제재 일부 해제, 미국 독자제재 일부를 해제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북·미간) 연락사무소 개설, 국교관계 정상화 협상, 종전선언, 평화조약, 불가침조약 등을 미국이 전향적으로 할 수가 있다고 본다.”

-그런데 미국이 대선국면으로 들어가는 게 변수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양보하기 어려울 것이고 북에 요구하는 협상 수준도 높아지지 않을까.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만든 딜은 항상 옹호하니까 큰 문제가 될 거라고 보지는 않는다. 영변 핵시설 폐기같은 것을 합의하고, 이어서 구체적 행동까지 실행에 옮긴다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아무래도 하노이에서 빅딜 이야기했기 때문에 빅딜에 가깝게 갈 것이다. 만약 연말까지 딜이 안되고 내년 북·미 협상 결렬된 상태에서 북한이 또 2017년처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나 핵실험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게 2017년에 비해 북한이 도발을 안한다는 주장인데, 만약 과거와 유사한 상황이 전개되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외교적 업적이 하나쯤 있어야 한다. 이란·팔레스타인 다 깨버렸고 중국·유럽과도 모두 관계가 안좋다. 지금 본인의 ‘시그니처 프로젝트’가 북핵 문제인데, 본인 스스로는 판을 깨지 않고 대선 본격화 이전에 외교적 업적을 내려고 할 것이다.”

-북한이 남북관계에 거리를 두려고 하는 것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북한은 북·미 관계가 어려우면 남북관계도 어렵다는 것을 확실히 알았을 것이다. 민족적 유대감에 호소하면서 남북관계를 개선하는게 구조적으로 한계가 있고 미국과 협상해서 성과가 나지 않으면 남북관계 개선도 어렵다는 것을 느꼈을 것으로 본다. 북한 입장에서는 한국을 중재자로 보기 어려울 것이다. 한·미는 동맹인데 한국이 어떻게 중립적 중재자가 될 수 있나. 내가 과거에 한 토론회에서 이 말을 했는데, 북한이 바로 그걸 인용해서 한국을 비난한 적도 있다. 미국은 물샐 틈 없는 동맹이익을 강조하고 북한은 민족공조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은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 있다. 이걸 극복하려면 남북관계와 북·미 대화를 동시병행적으로 풀어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북·미 관계가 개선되는데 멍석 깔아주고 잘해주면 남북관계도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북·미관계가 안좋을때 남북관계를 진전시켜서 견인해야 한다는게 문재인 정부 생각인데 여기에 동의하시나.

“내가 강연을 많이 다니는데 시민사회에서 그런 요구가 강하다. 물론 보수적인 분들은 반대도 하지만 남북 교류협력에 관심이 많은 인사들의 경우는 그렇다. 사실 그동안 정부가 유엔제재를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적극적으로 찾아보지 않았다. 제재 틀 내에서도 할 수 있는 게 상당히 많다. 예를 들어 금강산에 개별 관광을 가는 것은 제재 위반이 아니다. 유럽·중국 관광객도 금강산 관광 가지 않나. 인도적 지원이나 교류협력도 제재 위반하지 않고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북·중 정상회담 계기로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 적극적으로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데 어떤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나.

“중국은 북핵 문제는 기본적으로 북·미 간 문제라고 본다. 그리고 쌍궤병행 전략에 따라 북한의 비핵화를 견인하려면 평화체제 문제를 거론해야 하지 않나. 평화체제를 하려면 종전선언을 하고 평화조약을 체결해야 하는데 중국은 휴전협정 체제를 평화조약으로 전환시키는 과정에서 법적 당사자다.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시각으로만 보기 보다는 정전선언의 법적 당사자로서 보는 게 맞다. 본인들도 당사자 인식이 강하고 그건 우리도 수용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도 여러번 강조했지만 중국이 북핵 문제의 장애물은 아니다.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서 중국과 미국은 협력할 수 있다.”

출처: 경향신문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7012114001&code=910302#csidx62f6aff6be3b78bbdde5fc0b4f53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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