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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호] 김용호 교수

우리에게 낯설지 않던 북한의 도발이 이번에는 전쟁가능성까지 논의되면서 ‘북한리스크’로 명 명되기 시작했다. 사실 증권가에서는 북핵문제를 경제적 리스크와 구분해 지정학리스크의 범주에 포 함시켜 분석해 왔지만 대부분의 경우 경제적 시점에서의 분석이나 단기적 전망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었다. 아무리 북한이 무시무시한 언어들을 쏟아내도 우리 증시는 별로 반응을 보이지 않았었다. 대부분 애널리스트들이 북핵문제가 실제적 기업활동에 대한 위험요소(risk)로 부상할 때까지 판단을 유보하거나 간과해 왔기 때문이다. 소위 펀더멘탈에 영향을 주지 않는 이상 경계는 하되 성급한 결 정을 내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때문에 북핵문제가 KOSPI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거나 단명한 임팩 트로 끝난다고 평가해온 경향이 짙다. 그러나 북한리스크는 엄연히 존재한다. 세계 10위권 경제규모에도 불구하고 우리 증시가 아직 선 진국 증시에 편입하지 못한 근본적 원인이 북한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눈부신 경제성장속에서 항상 안고 왔어야만 하는 잠재적 리스크였다. 대개의 경우 리스크란 측정가능한 손실(measurable loss), 불연속성(discontinuity)과 불확실성(uncertainty) 혹은 그 잠재성을 수반하는 위기를 지칭하는 데 한반 도와 같은 상황에서는 이런 위기가 경제적 요인보다는 북한이라는 정치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빈 도가 더 높다. 리스크 분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역설적이지만 우선 위협을 인식하는 것이다. 아무리 치명적 인 위협이라도 그 위협을 인지하지 못하면 위기이지만 위기가 아니다. 위기가 현실로 표출된 뒤엔 이미 때는 늦은 것이다. 대량인명피해를 동반한 사건들의 대부분은 사전에 그 발생가능성을 인지하 지 못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북핵위기 역시 광우병이나 AI, SI등의 전염성 질병은 두려워하면서 북핵 문제에는 무덤덤한 우리 국민들의 안보불감증에서 기인하는 바도 적지 않다. 2011년의 자살건수가 15,906건, 교통사고 사망건수는 6,316건이지만 히로시마 원폭사망자는 약 14만 명, 나가사키 원폭사 망자는 약 4∼7만 명인 점을 감안한다면 불감증의 수준을 넘어 무시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반면에 위협을 불필요하게 부풀려 인식하게 되면 오인이 되고 안보딜레마(security dilemma)를 촉 발시킬 수 있다. 평상시에는 무덤덤하다가 갑자기 전쟁가능성이란 단어가 나오자 갑자기 존재하지 않던 북한리스크가 불쑥 터져나온 것처럼 떠드는 현상이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안보상의 위기를 인 식한 뒤 이에 대한 대비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경로의존적인 후속 위기가 발생하는 경우 인데 이런 경우는 위협 자체를 인식하지 못한 경우 못지않게 커다란 재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위 협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더라도 존재한다고 인식한다거나 상대의 공격의지를 잘못 계산하게 되면 위 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상존하는 북한리스크를 장기적 안목으로 인식하고 대비책을 세워야 할 순간들은 무 시한 채 지나쳐 버리고 북한의 도발수위에 따라 미리 마련된 대비계획을 차분히 적용시켜야 할 대 목에는 호들갑을 떨었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다. 지정학적 리스크의 분석에는 경제리스크에 대한 분 석보다 장기적 안목을 필요로 한다. 환율이나 에너지수급, GDP산출이나 물가상승률, 외채규모 및 전 염병 관리, 강우율 등처럼 산술적 산출이 가능한 분야와는 달리 북핵과 같은 정치리스크는 정성적 판단에 의존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김정은 체제가 과거에 비해 몇% 정도 더 불안하고 현재의 경제 제재가 지속될 경우 얼마간의 시일이 소요되면 붕괴위험수준에 도달한다는 식의 예측은 장기적 차원 에서의 전망이 보다 개연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용호 교수 (연세대학교 북한연구원장) 연세대학교 북한연구원 Issue Brief 제1호 이제는 북한의 도발을 리스크 차원에서 ‘관리’해 나가야 한다. 위기발생이나 북한행동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인디케이터(indicator)를 설정하고 인디케이터상의 위험이 감지되지 않으면 북한의 언 어적 도발에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정책적 여유를 확보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전혀 위기로 인식되 지 않은 상황이라도 인디케이터상의 위험이 감지되면 정책선회를 검토하는 북한리스크 관리시스템이 가동되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발생가능성이 현저히 낮더라도 ‘만일 발생한다면’ (what if) 라는 관점에서 분석한다 던가, 상대방의 입장에서 판단하고 그 역할을 수행하는 분석 (red-cell), 같은 상황에 대해 난립하는 상반된 가정을 수렴시키는 분석 (competing hypotheses), 북한의 도발수준보다 2단계 앞선 대안을 모 색하는 등 (two steps ahead) 다양한 모델을 적용시켜 운영해야 한다. 오바마 행정부의 싱크탱크 중 한 명인 시카고 대학 선슈틴(Sunstein) 교수는 그의 저서 Worst Case에서 아무리 발생가능성이 1%정 도로 낮더라도 그 발생으로 인해 파급될 효과가 치명적인 최악의 경우라면 50%의 확률로 간주 (precaution on catastrophic harm)하고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Wisdom: From Philosophy to Neuroscience 의 저자 Stephen Hall은 2001년 9월11일 아침 초등학교 1학년 딸아이를 뉴욕 맨하튼의 학교 교문에 넣어주고 돌아서는 길에 세계무역센터에 항공기가 충돌하면서 수많은 인 파가 재앙을 피하는 ‘생쥐떼처럼’ 그가 서있던 쪽으로 달려오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생전 처음 목 격하는 무시무시한 장면 속에서 딸아이를 다시 데리고 나올까 하는 생각을 필두로 무슨 일부터 해야 할지 고민하던 그가 결국 택한 행동은 근처 가게에 들러 커피 한 잔을 주문해 마시는 것이었다.



[연세대학교북한연구원]IssueBrief201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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