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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호] 부승찬 전문연구원 - 비행 금지구역 설정이 감시정찰 공백 초래?

제120호(2018/10)


부 승 찬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 전문연구원)


비행 금지구역 설정이 감시정찰 공백 초래?


2018년 9월 19일 남과 북은 남북관계의 획기적인 전환을 의미하는 ‘판문점선언 군사분야 이행합의서(이하 군사합의서)’를 평양공동선언의 부속합의서로 채택했다. 이번에 채택된 군사합의서는 그간의 남북 군사분야 합의서와는 달리 양측의 군사적 적대행위를 예방하는 실천적인 조치를 담고 있어 그 의미가 남다르다. 구체적으로 지상에서는 군사분계선으로부터 5km 내의 포병 사격훈련과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을 전면 중지하기로 하는 한편, 해상에서는 서해 남측 덕적도 이북으로부터 북측 초도 이남까지의 수역, 동해 남측 속초 이북으로부터 북측 통천 이남까지의 수역에서 포사격과 해상 기동훈련을 중지하고, 해안포와 함포의 포구 포신 덮개 설치 및 포문폐쇄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한편 공중에서는 군사분계선 동 서부 지역 상공에 설정된 비행 금지구역 내에서의 군사 관련 비행활동을 일체 금지하기로했다.

군사합의서는 평양공동선언에서도 명시됐듯이 ‘대치지역에서의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에서 한반도 전 지역에서의 실질적인 전쟁위험 제거’로 나아가기 위한 실천적 조치들을 담고 있는 결과물이다. 하지만 군사합의서 채택 직후부터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국내에서 커다란 비판에 직면하게 되었고, 현재까지 비판의 수위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보수언론매체의 비판적 보도가 증가되는 한편, 일부 예비역과 보수성향의 오피니언 리더들의 비판적 의견도 끊이질 않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한 발 더 나아가 군사합의서 채택을 우리군의 ‘무장해제’로 규정하고 ‘남북군사합의 검증특위’를 출범시켜 합의내용의 본질을 낱낱이 밝혀내겠다고 벼르고 있다. 한마디로 혹자의 주장처럼 ‘남북 군사합의서는 한반도 평화를 담보하는 것이 아니라 평화의 해악(害惡) 그 자체’라는 것이다. 특히 비판론자들은 공중에서의 적대행위 중단 조치 일환으로서의 비행 금지구역 설정은 북한의 도발징후 포착능력을 크게 훼손시켜 우리 군의 대북억지력을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종국적으로는 남북 간의 군사적 불안정성과 상호불신을 키우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얼핏 보면, 일리가 있어 보인다. 냉전 시기 미국과 소련 간에 체결된 군비통제 관련 협정들(ABM, SALT, START, INF) 모두 상호 감시정찰을 용인했기에 성공이 가능했다. 탈냉전 초기 유럽의 대표적인 군비통제 협상이었던 유럽재래식 무기감축 협상(CFE; Conventional Forces in Europe) 역시 ‘효율적이고 엄격한 방법에 의한 검증’을 상호 허용함으로써 유럽의 안정과 안보 강화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미국과 소련의 사례든 유럽의 사례든 이들 협정이나 협상들은 자국 혹은 지역 안정과 안보에 저해되는 불균형의 제거와, 핵을 포함한 기습공격과 대규모 공격개시 능력을 우선적으로 제거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었고, 상호검증이 목표를 달성하는데 있어서 그 전제가 되었다. 남북 군사합의서의 경우는 어떠한가. 비판론자들의 주장처럼 비행 금지구역 설정이 검증차원에서의 감시정찰 공백을 초래하고 징후감시태세 유지 능력을 훼손시켰는가?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결코 그렇지 않다. 비판론자들의 주장은 한반도에서 운영되는 다양한 정찰자산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측면이 다분하다. 마치 날 수만 있다면 참새도 독수리처럼 멀리 볼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말이다.

한반도에서 운영되는 정찰자산은 감시범위에 따라 국가급과 전구급으로 구분된다. 국가급 자산은 주로 한반도 전역에 대한 감시가 가능한 군사위성, 글로벌호크, U-2, 주일미군기지에서 전개해오는 정찰자산들이며, 전구급 자산은 국가급 보다는 감시범위는 작지만 전구 및 작전지역 범위 내에서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자산들이다. 또한 고도에 따라 정찰자산을 분류하기도 하는데, 전략급은 고고도(군사위성, U-2, 글로벌호크), 작전급은 중고도(RF-16, RC-800), 전술급은 저고도(무인기, 기구)에서 북한 지역을 24시간 중첩 감시하고 있다. 다만, 비행 금지구역 설정으로 저고도에서 운영되는 일부 전술급 자산

들이 표적획득에 제한이 따르긴 하지만, 이 역시 기타 자산들에 의해 보완이 가능해, 비판론자들의 우려하는 만큼 감시정찰 공백은 발생하지 않는다.

게다가 우리 군은 2019년까지 고고도에서 36시간 대북 정보 수집이 가능한 무인정찰기인 글로벌호크의 전력화를 완료하고, 2020년까지 중고도 무인정찰기의 도입을 계획하고 있어, 미군 정보에 대한 의존도도 상당부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중고고도 무인기 도입과 병행해 2021년까지 다양한 정보자산에서 수집된 정보(적종심표적, 적 부대 이동 등)를 실시간 내에 통합, 융합 및 분배할 수 있는 ‘다출처정보융합체계’ 구축도 추진되고 있다. 체계가 완료되는 2021년부터는 전략제대에서 전술제대까지 실시간 정보공유가 가능해져 보다 독자적이고 효율적인 작전수행을 도모할 수 있게 되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비행 금지구역 설정만으로 대북 감시정찰에 공백이 발생한다는 것은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 우리 군은 비행 금지구역 설정과 관계없이 24시간 대북 감시정찰 임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독자적인 정보수집능력 구비를 위해 미래의 정보전력 건설에도 매진하고 있다. 그럼에도 비판론자들은 한반도 정찰자산 운영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 없이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지속하고 있다. 물론 비행 금지구역 설정만 놓고 보면, 공군력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지닌 우리 측이 많은 부분을 양보한 측면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이는어디까지나 상호성에 기반한 ‘평화’를 위한 양보이지, 일방성에 기반한 ‘무장해제’를

위한 양보는 아니다. 건전한 비판은 효율적인 정책을 낳는 밑거름이 된다. 하지만 논리적 근거가 부재한 비판은 사회 통합을 저해하고 갈등만을 부추긴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l Issue Brief는 집필자의 견해를 토대로 작성된 것으로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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