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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호] 정대진 전문연구원 - 코로나19가 백두산 정신을 만날 때

제135호

정 대 진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 전문연구원)

코로나19가 백두산 정신을 만날 때

코로나19가 한반도를 덮치고 있다. 북한은 전천후 밀봉전략으로 대응 중이다. 1월 말 국가 비상 방역체계 선포에 이어 지난 2월 20일부터는 전국 학교를 대상으로 방학을 실시했다고 전해진다. 북한 전역의 탁아소, 유치원, 소학교(초등학교), 초·고급중학교(중·고등학교), 지방대학들은 20일부터 한 달간 방학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사스(2003년)나 메르스(2015년) 때에도 없던 조치이다. 그만큼 이번 코로나19를 심각한 위기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작년은 하노이 노딜로 일 년을 소위 ‘공쳤던’ 북한이다. 지속된 제재에 만성 공급 부족은 해결 기미를 보지 못했다. 이에 북한 당국은 작년 말부터 백두산 정신을 본격적으로 내세우며 정면돌파전을 선언했다. 자력 부흥과 자력번영의 기치를 내걸며 올 한해 새롭게 길을 뚫어보려고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중국발 코로나19이다.

코로나19가 단순 감염병으로 그쳤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코로나19는 세계의 공장이자 시장인 중국을 강타해 글로벌 가치공급망에도 큰 타격을 주고 있다. 북한도 중국의 그늘 밑에서는 예외가 아니다. 소소하나마 제재의 틈 속에서도 지속된 북·중 접경 무역은 물론 중국인 관광객 유치도 타격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소위 ‘공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경제발전전략 5개년 계획의 마지막 해도 성과미달로 끝날 공산이 매우 커지고 있다.

물론 솟아날 구멍은 있다. 성과미달의 탓을 내부변수가 아닌 코로나19와 같은 외부변수로 돌리면 북한 정권이 책임으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다. 하지만 만성부족에 시달리는 주민들의 삶은 그대로 남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고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벌어진다면 주민들의 삶은 벼랑 끝으로 몰릴 것이다. 사상과 정신을 아무리 강조하며 다그친다고 한들 기본적인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국가는 밥버러지 껍데기 같은 무능한 가부장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가부장 국가 북한의 정점에는 백두혈통의 계승자 김정은 위원장이 있다. 본인의 책임이 아닌 외부의 책임으로 모든 걸 돌리고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당 간부와 관료들을 다그치겠지만 이런 상태로 얼마나 지속 가능할지는 본인 자신도 의문일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 의문을 풀어가기 위해 두 가지 숙제를 해야만 한다. 하나는 자기 시대의 이데올로기 제시이고, 다른 하나는 지대(rent)의 확대이다.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은 주체사상,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은 선군사상으로 나라를 다스렸다. 김정은 위원장은 핵·경제 병진 사상이든, 정면돌파전을 위한 백두산 정신이든 자기 시대만의 통치이데올로기를 정립해 전 인민의 정신을 관통시켜 통일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하지만 아직 이에 대한 명확한 해답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또한 상대적으로 폐쇄성이 높은 북한은 국가가 중심이 되어 당 간부와 관료들은 물론 장마당에도 흘러 들어갈 자원과 물자를 늘려주어야만 한다. 하지만 제재가 장기화되고 외부유입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내부생산만을 통해 지대를 무한정 늘려나가기는 어렵다. 이러한 어려움을 정면돌파전으로 뚫고 자력 부흥과 번영을 이룩하자는 것이 현재 북한의 논리인데 작년의 하노이 노딜, 올해의 코로나19로 큰 벽에 맞닥뜨린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극복을 위해서는 북한의 근본적인 체제변화가 해답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다음으로는 지속해서 대북 협력과 대화 제의를 하는 우리의 손을 잡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북한 스스로 명분이 필요하다. 자존심과 체면을 구기지 않고 나올 수 있는 명분이 있어야 한다. 고난의 행군 DNA를 가지고 있는 북한 정권이 당장 이런 길로 나올 가능성도 높아 보이지 않는다. 다만 고난의 행군 당시와 올해 작금의 상황이 다른 점 하나는 바이러스 감염병이라는 변수가 있다는 점이다.

만성부족과 아사는 국경을 넘지 않지만, 바이러스는 국경을 넘는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때와도 달리 지금은 사람의 목숨이 달린 문제이다. 단 한 명의 확진자라도 나오고 걷잡을 수 없는 확산세로 접어든다면 북한의 취약한 보건의료 상황에서 이를 어떻게 감당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우리의 협조와 지원을 포함하여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해 선제적인 방역과 조처를 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그 길에서 북한 스스로 국제사회의 좋은 이웃 국가로 변신할 기회를 모색해보는 것도 북에는 새로운 가능성이다. 전향적인 관점과 행동을 취하지 못해 자신의 존립 자체가 어려워진다면 백두산 정신을 추구하며 자신의 생존권, 자주권, 발전권을 쟁취할 기회도 사라진다는 점을 명심할 때이다.

● Issue Brief는 집필자의 견해를 토대로 작성된 것으로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이슈브리프 1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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