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제162호] 권소영 전문연구원 - 국제적 시각에서 보는 북한이탈여성의 인간안보




제162호


권 소 영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 전문연구원)


국제적 시각에서 보는 북한이탈여성의 인간안보


올해는 세계인권선언 75주년이자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Commission of Inquiry) 설립 10주년이 되는 해이다. 국제사회가 우려한 북한의 인권문제는 사실상 유의미한 변화가 없이 지속되어 왔다. 북한정권의 인권에 대한 인식 변화를 위해서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을 압박하고 설득해 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있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올해 외교부와 유엔 북한인권사무소가 공동으로 주최한 “북한 여성과 여야의 인권상황”에 관한 국제회의에서는 북한 여성과 여아에 대한 차별과 탈북 여성의 인신매매의 위험이라는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인권문제에 초점을 맞추어 유엔과의 긴밀한 협력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북한 여성 인권 상황이 국제사회에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며 탈북 여성의 인권 문제는 왜 유엔조치에서도 배제되어 왔는가? 인권증진과 양성평등은 유엔의 핵심 과제이다. 1948년 유엔총회에서 선포된 <세계 인권 선언>은 보편적으로 보호되어야 하는 인권의 기본과 모든 인류 구성원들이 성별이나 국적과 같은 어떤 종류의 차별도 없이 누려야 하는 기본권의 근본을 제시해 주었다. 유엔개발계획(UNDP)이 1994년 발행한 인간개발보고서에 처음 소개된 <인간안보>라는 개념은 인간의 삶과 존엄에 대한 인간중심의 안보에 대한 이해를 강조하였다. 글로벌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안보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서 인간안보는 안보에 대하여 다각적인 인간중심의 시각을 부여하고 개인의 인간 존엄, 보호, 역량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인간안보의 범주가 개인의 안전부터 공동체, 경제, 정치, 식량, 보건, 환경안보까지 아우르며 인권과 불평등, 인류의 복지를 개선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 되고 있다.

유엔체계가 인간안보 아젠다를 채택하면서 유엔은 공포로부터의 자유와 결핍으로부터의 자유를 포괄적으로 검토하였고, 인간안보의 근본적 가치인 인권과 여성들의 불평등 문제에 더욱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 2000년 이후 유엔안보리는 인권 관련 문제들에 초점을 맞춘 결의안들을 적극 채택하면서 여성의 이해와 인권 증진을 위한 "여성, 평화, 안보 (WPS)’를 주제로 한 다수의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러한 WPS 아젠다는 평화와 안보의 모든 부문에 대한 양성적 이해와 해답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분쟁 중 여성에게 일어날 수 있는 성폭력과 같은 인권유린의 문제를 재조명하였다. 또한, 유엔은 <지속가능발전목표(SDG)> 중 하나로 성평등과 여성역량강화를 선정하고, SDG5의 세부목표로 ‘모든 곳에서 여성과 여아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과 ‘인신매매와성착취 등 여성과 여아에 대한 모든 폭력 근절’등을 제안하였다. 이와 같이 여성이 기본권을 침해당하지 않고 양성평등을 이루기 위한 유엔의 노력은 규범적 가치 확산, 국제법과 다양한 정책을 통해 지속되어 왔다.

보편적 인권과 삶의 기본권 보장, 여성역량강화와 성평등 증진을 위한 국제적인 노력은 가능한 모든 환경에서 모든 사람들이 가장 실현가능한 방법으로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개선되고 확대되어 왔다. SDG 성취의 목표인 ‘Leave no one behind - 단 한사람도 소외되지 않는 것’이라는 슬로건은 유엔의 약속이자 취약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 사람들에게는 희망의 메시지이다. 그러나 여러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탈북 여성들의 인식과 경험은 유엔의 장대한 약속과는 거리가 멀다. 북한, 중국, 한국 어디에 있든 간에 장소와 상황에 상관없이 여성의 인권과 삶의 기본권은 보편적이어야 하며 인간안보의 기본이 차별 없이 충족되어야 하지만 탈북 여성들의 현실은 국제적 규범과 법적 틀이 제공하는 보호 제도의 혜택에서 소외되어 있다. 이들은 인권과 자유를 찾아 중국으로 국경을 넘지만, 탈출 후 그들은 인신매매, 성적학대, 극한 빈곤 등 인간안보의 다양한 위협에 직면하게 되고 많은 경우 중국 남성과 결혼 또한 강제로 이루지는 경우가 있다. 무엇보다도 탈북 여성 인신매매의 문제는 심각한 국제안보의 문제이다. 일자리를 찾기 위해 중국으로 가는 여성들은 기만과 사기, 또는 납치를 통해 인신매매의 희생자가 되지만 북한에서는 인신매매의 방지를 위한 법률 조항이나 인신매매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항도 없고, 본국으로 송환된 후에는 더한 인권 유린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탈북 여성은 또한 중국정부의 강제 북송에 대한 공포 속에 살아야 한다. 중국은 1951년 체결된 「유엔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의 당사국이고 제8조 및「난민 지위에 관한 의정서」는 “체약국은 특정한 외국 국민의 신체, 재산 또는 이익에 대하여 취하여지는 예외적 조치에 관하여, 형식상 당해 외국의 국민인 난민에 대하여 단순히 그의 국적만을 이유로 그 조치를 적용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권은 탈북민을 난민이나 이주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탈북 여성의 자녀들은 엄마의 불법신분으로 인해 출생신고를 할 수 없고, 그 결과, 중학교 이상의 교육의 기회가 거부되고, 최소한의 중국정부가 제공하는 사회안전보장망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중국인 아버지와 탈북한 북한 어머니에게 태어난 자녀들은 성장과정에서 사회적 포용과 역량강화의 소중한 기회를 빼앗기게 되는 것이다. 즉, 탈북 여성들의 인권문제는 중국에서 태어난 자녀들에게 대물림되고 있는 실정이다. 1989년 제정된 「유엔아동권리협약」과 같은 UN의 여성과 아동에 관한 인권 협약들이 인간의 보편적 권리의 보장을 촉구하지만, 실제 대다수의 북한이탈주민들과 제3국에서 출생한 그들의 자녀들은 탈북 및 새로운 땅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여전히 인간안보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

이렇듯 국제적 보호조치의 사각지대에 놓인 북한 여성의 특수한 상황과 그들이 경험하는 인간안보에 대한 위협의 근간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들이 있다. 첫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탈북 여성들은 당연히 보장돼야 하는 인권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지도 부당한 폭력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지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둘째, 탈북 여성들이 중국에서 경험하는 인권 유린은 탈북자를 난민 또는 이주민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국제적인 합의의 부족(1951년 난민협약)과 국가 차원의 부적절한 보호정책과 관련이 있다. 난민이나 이주민으로 규정되지 않는 특수한 상황은 국제적인 규범과 법률적 제도의 보호를 받을 수가 없다. 셋째, 대한민국이나 인민민주주의공화국 국민으로서는 여아와 여성을 위한 SDG 프로그램 수혜 대상자가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PSW운동에 의거한 분쟁기간 또는 분쟁 이후 일어나는 인권침해와 성적학대의 피해자로도 간주되지 않는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보고서에서는 북한에 있는 여성의 차별문제나 중국에서 북한으로 강제 송환되는 여성 문제에 대한 언급은 있으나, 탈북 후 중국을 통해 대한민국으로 오는 여정에서 일어나는 성적침해, 공포, 불안감 등에 대한 언급은 없으며 이로 인해 국제사회의 보호와 관심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국제적인 시각에서 북한이탈여성의 인권을 바라보고 인간안보의 관점에서 통합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국제심포지엄이 여성가족부와 태영호 의원실 후원으로 국회에서 열린 적이 있다. ‘인류 보편 인권으로서의 성평등 실현과 탈북 여성의 한국 적응 지원 방향 마련’을 위한 실태조사를 토대로 탈북 여성이 대한민국에 정착하기까지 처하는 열악한 환경과 인간안보의 사각지대에 처한 상황을 살펴보고 인권개선의 방향성을 논의하였다. 주제발표를 맡은 필자는 양성평등과 여성역량 강화를 위해 많은 정책을 펼쳐온 유엔이 인간안보와 인권보호라는 기본 틀에서 탈북 여성들의 경험과 어려움을 인지할 때 비로소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찾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탈북 여성들이 직면한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해관계자 간의 대화를 통해 인간안보의 사각 지대를 국제 사회에 알리는 것이 우선이다. 이는 유엔체계가 시각을 바꾸어 모든 계층의 인간안보 위협에 대한 포괄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장기적인 노력을 장려할 것이라 생각한다. 작년 10월 유엔 안보리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처음으로 탈북 여성들의 인권실태를 국제사회에서 공론화했다는 소식은 매우 고무적이다.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기 위한 제도적 노력과 취약계층의 역량강화를 위한 추가 정책 토론과 활동이 필요하며 무엇보다도 유엔조치와 프로그램이 탈북 여성에게도 적용될 수 있도록 대한민국 정부가 적극 소통에 나서야 할 것이다.




● Issue Brief는 집필자의 견해를 토대로 작성된 것으로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ikus_230724
.hwp
HWP 다운로드 • 2.73MB

최근 게시물

전체 보기

[제164호] 류경아 전문연구원 - 북한 노동당 제8기 제9차 전원회의 확대회의 주요 내용과 특징

제164호 류경아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 전문연구원) 북한 노동당 제8기 제9차 전원회의 확대회의 주요 내용과 특징 북한은 2024년을 신년경축대공연 행사로 시작했다. 북한은 2020년부터 신년사를 발표하지 않는다. 김정은이 육성으로 혹은 글로 발표하던 신년사는 5년째 사라졌다. 대신 북한의 언론은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내용을 보도하여 인민에 전달

[제163호] 김명세 전문연구원 - 북한 노동당 제8차 대회 규약 개정과 대남인식 변화

제 163호 김명세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 전문연구원) 북한 노동당 제8차 대회 규약 개정과 대남인식 변화 올해 7월 북한 노동당 부부장 김여정은 한국을 비난하는 담화를 연이어 발표하면서(7.10, 7.11, 7.17) 이례적으로 ‘대한민국’ 용어를 사용하였다. ‘대한민국’ 용어 사용은 이후 최고지도자와 군부 고위층 연설들과 총참모부 보도들에서도 이어졌다.

[제161호] 송경호 전문연구원 - 대통령 연설문에 나타난 ‘북한동포’ 인식의 변화

제161호 송 경 호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 전문연구원) 대통령 연설문에 나타난 ‘북한동포’ 인식의 변화 과거 우리 사회에서 북한사람들은 ‘동포(同胞)’로 표현됐다. 38도선 이북 지역에 거주하는 한 민족을 지칭하는 가장 일반적인 표현이 바로 ‘이북동포,’ ‘북녘동포,’ ‘북한동포’였던 것이다. 지금은 ‘북한주민’이라는 표현도 사용된다. 그리고 이 연장선상

コメント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