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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호] 이병재 전문연구원 - 미국 2018년 중간선거 결과와 2020년 대선 전망

제126호

이 병 재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 전문연구원)

미국 2018년 중간선거 결과와 2020년 대선 전망

미국 정권의 성격에 따라 통일 정책이 급격한 변화를 겪는 상황에서 2020년 대통령 선거결과는 우리에게 초미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2016년 선거에서 대부분의 예상을 뒤엎고 당선된 트럼프(Donald Trump)라는 인물의 예측하기 어려운 개인적 특성 때문에 관심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2018년 11월 치러진 미국의 중간선거는 트럼프 정권의 중간평가의 성격을 어느 정도는 띠고 있었으며, 2020년 선거결과를 예측하는 하나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었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는 2012년 롬니(Mitt Romney)가 승리를 거두었던 모든 주는 물론, 펜실베이니아, 플로리다, 오하이오, 위스콘신, 미시건 등에서도 선거인단을 확보함으로써 승리할 수 있었다. 2012년 대선과 비교하여 더욱 놀라운 사실은 출구조사 결과 라티노를 비롯한 소수인종의 트럼프 지지율이 예상보다 높았다는 것이다. 출구조사에 따르면 클린턴은 라티노 표의 66%를 얻었으며, 트럼프는 28%를 얻었다. 클린턴이 얻은 라티노 표는 오바마가 2008년 대통령 선거에서 얻었던 67%와는 비슷하지만, 2012년 오바마가 얻은 71%보다는 낮았다. 라티노에 대한 다양한 종류의 막말과 국경장벽 등의 반이민적인 공약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28%의 라티노 표를 얻었다는 것은 많은 사람의 눈에 불가사의했다. 아시아인으로부터 예상보다 많은 표(27%)를 얻었다는 점도 놀라운 일이기는 했다. 트럼프는 대통령 취임 이후에 소수인종 및 이민자에 대한 많은 가혹한 정책을 더 도입하였으며, 중간선거 지원유세 과정에서 멕시코계 라티노 이민자를 향한 다양한 막말을 쏟아내었다. 트럼프의 이러한 발언이 소수인종과 비라티노 백인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였지만, 예측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2018년의 중간선거는 투표율 면에서 특히 주목할 만하다. 유권자의 49.3%가 투표에 참가함으로써 1914년 이래 가장 높은 중간선거 투표율을 기록하였다. 민주당은 상원에서는 2석을 잃었지만, 하원에서는 239석을 차지함으로써 우세를 점하게 되었다. 또한 주지사 선거에서는 공화당으로부터 7개의 주를 빼앗아 왔다. 미국이 다시 분점정부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으며, 트럼프 정권의 후반기(2019-2020)는 전반과 달리 독단적 운영이 매우 어려워질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를 보인 몇몇 주의 상원과 주지사 선거결과를 살펴보자.

민주당의 입장에서 보면 2020년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한 전략은 명확하다. 전통적인 민주당 우세지역을 굳건히 지키는 것 이외에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했던 위스콘신, 미시간을 비롯한 중서부 지역, 소위 러스트 벨트(rust belt)에서 전통적인 민주당 우위를 회복하는 것이다. 일단 미시간과 위스콘신에서 민주당 주지사가 당선된 것과 펜실베이니아에서의 톰 울프주지사가 재선에 성공한 것 등은 민주당에 긍정적인 신호이며, 트럼프에게는 경고등이 켜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전통적인 공화당 우세지역인 조지아, 애리조나, 텍사스 등에서도 민주당이 상당한 약진한 것은 2020년의 대선이 다시 박빙의 승부가 될 것임을 보여준다.

2010년의 중간선거와 2012년의 대통령 선거결과를 통해 추정해보면, 10개 이내의 주가 경합지역이 될 것이며, 버지니아, 플로리다, 미시건,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콜로라도, 네바다 등이 주요 승부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간선거 결과로 볼 때 전통적인 공화당 우세주 중에서 뒤집힐 가능성이 가장 큰 주는 조지아, 애리조나, 텍사스로 보인다. 조지아 주는 최근 들어 비백인 인구의 급격한 증가를 보이고 있으며, 2016년 선거에서 트럼프는 겨우 6% 차이의 승리를 거두었던 곳이다.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는 선전하였으나 재검표 끝에 박빙의 차이로 패배하였다.

애리조나의 경우 상원 선거에서 민주당 크리스텐 시네마(Sinema)는 공화당 맥샐리(McSally)에 2.4%의 차이로 신승하였다. 하지만 주지사 선거에서는 공화당의 두시(Doug Ducey)가 승리하였다. 텍사스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민주당에게 커다란 희망을 안겨주었던 베토 오루크(Beto O’Rourke)가 공화당의 테드 크루즈(Ted Cruz)에 2.6% 차이로 석패하였다. 하지만, 현직 주지사인 공화당의 그레그 애보트(Greg Abbott)는 13퍼센트 포인트 이상의 차이로 재선되었다.

이 밖에도 공화당 우세로 점쳐졌던 몇몇 주에서 공화당은 완전히 패배하였다. 미네소타, 네바다는 민주당 성향의 주 중에서 트럼프로 돌아설 가능성이 가장 많은 주였는데 이번 선거에서는 민주당 지지를 보여주었다. 트럼프는 2016년 선거에서 미네소타에서 1.5% 차이로 패배했고, 중간선거 지원 유세 과정에서 2020년에는 승리를 거둘 것이라고 장담한 바 있으나, 중간선거 결과 민주당은 주지사, 상원에서 승리하였고, 하원에서도 공화당으로부터 2석을 가져왔다. 주 하원에서도 다수당을 차지하였다. 이러한 상황으로 볼 때 미네소타는 공화당으로부터 멀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콜로라도와 네바다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 두 주는 트럼프가 2016년에 패배한 곳이기는 하지만, 2020년에 경합지역이 될 것으로 기대했던 주이다. 하지만, 이 두 주에서 모두 민주당이 선전하였으며, 트럼프의 지원 유세에도 불구하고 네바다에서는 현역 공화당 상원의원인 딘 헬러(Dean Heller)가 재선에 실패하였다.

현재로서 는 러스트 벨트와 조지아, 애리조나, 텍사스 등에서의 변화가 트럼프의 정책에 대한 반응인지, 혹은 지역의 특수상황 및 개별 후보자(예컨대 텍사스의 오루크와 조지아의 애브람즈)의 인기에 힘입은 결과인지는 명확히 구별되지 않는다. 하지만, 대략적인 트렌드는 2016년에 비해 트럼프의 하락이다. 끝으로, 현재까지의 분석이 가지는 데이터 상의 한계와 그 함의에 대해 간략히 언급하고자 한다.

이상의 논의는 모두 주별 집적 데이터를 활용한 분석이었다. 심도 있는 분석을 위해서는 주보다 더 낮은 수준의 분석이 필요하다. 이상적인 것은 개인수준의 분석이지만, 정부에서 공개하는 전수 데이터를 사용하여 개인수준의 분석을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모든 주에서 카운티 또는 선거구별 집적 데이터는 제공하지만, 개인별 데이터는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집적데이터를 활용한 분석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한계가 있지만, 2020년의 선거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중요한 요인들은 다음의 두 가지로 보인다.

첫째, 소수인종의 투표율의 상승이다. 라티노와 아시아인의 투표율이 2018년 선거에서 급등했으며, 이는 몇몇 주에서 민주당 후보의 약진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소수 인종/민족이 주로 거주하는 주와 선거구는 대부분 이미 민주당 강세 지역인 경우가 많다.

둘째, 소수인종 거주지의 밀집분포이다. 소수인종은 주로 대부분 도시 지역에 밀집하여 거주한다. 최근 들어 소수인종의 거주지역이 많은 주로 확산되기는 하였지만, 여전히 소수인종은 대부분 몇몇 주의 도시 지역에 집중적으로 거주하고 있다. 대부분의 도시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에 대한 소수인종의 지지는 압도적이며, 2016년 선거에 대한 데이터 분석 결과도 소수 인종/민족이 밀집되어 거주하는 카운티에서 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이 2012년보다도 더 높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즉, 백인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은 지역)에서 소수인종의 민주당 후보 지지율은 그다지 높지 않았고, 백인의 공화당 후보 지지율은 반사적으로 더욱 높았다.

이러한 인구 분포를 고려할 때 이민 등의 소수민족/인종에 대한 트럼프의 끊임없는 공격은 이중의 효과를 가진다. 소수인종/민족의 투표율 제고와 민주당으로의 결집이라는 효과와 더불어 백인 유권자, 특히 비도시 지역의 (소위 “분노한”) 백인 유권자의 투표율의 동반 상승 및 트럼프 지지의 강화라는 동전의 양면 같은 효과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 효과가 지역의 후보자와 지역 이슈가 존재하는 중간 선거에서는 크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두 사람의 후보자로 압축되는 대선에서는 매우 효과적일 수 있다. 결국, 문제는 아래 지도에서 보이는 지역을 민주당이 탈환할 수 있는가이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는 2,626개의 카운티에서, 클린턴은 487개의 카운티에서 승리하였다. 2,626개의 카운티 중에서 206개는 2008년과 2012년 오바마가 승리하였던 곳이다. 2020년의 선거결과는 우선적으로 이 카운티를 민주당이 회복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겠다.

● Issue Brief는 집필자의 견해를 토대로 작성된 것으로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이슈브리프 1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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