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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호] 송경호 전문연구원 - 2000년대 이후 한국의 북한 인권 연구 동향

최종 수정일: 2021년 1월 14일

제142호

송 경 호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 전문연구원)



‘인권’은 ‘핵’과 함께 탈 냉전기 북한 연구의 핵심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두 문제 모두 1993년을 기점으로 하는데, 그 해 3월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했고, 같은 해 시작된 흉작으로 장기간의 대기근에 빠졌기 때문이다. 즉각적인 대응이 이어졌던 핵문제와 달리, 북한의 인권문제는 1990년대 말에 이르러서야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된다. 물론, 이는 1995년 배급제 붕괴 이후 ‘고난의 행군 시기’를 거치면서 1996년에서 2000년 사이 북한에서 아사자가 33만여 명이나 발생한 일과 무관하지 않았다.

1997년 8월 15일, 유엔인권소위원회(U.N. Sub-Commission on the Promotion and Protection of Human Rights)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에 대해 세계인권선언(UDHR) 제13조 및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의 준수와 동 규약 제40조에 의한 보고서 제출을 요청했다. 그리고 이 연장선상에서 1997년 8월 21일 북한인권 결의안이 상정되었고, 찬성 13, 반대 9, 기권 3으로 통과되었다. 이 시기를 전후로, 북한 인권문제는 서구권에서도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는데, 유럽의 경우 1998년, 미국의 경우 1999년에 북한 인권문제가 정치권의 주요 의제로 등장한 바 있다.

한국에서의 사정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빅카인즈(www.bigkinds.or.kr)에서 1990년 이후 ‘북한 인권’을 표제로 하는 기사를 검색한 결과, 연 평균 1990년대 12.8건, 2000년대 55.5건, 2010년대에는 218.1건으로 나타났다. 2000년대에 들어서 북한 인권문제가 본격적으로 언론에서 다루어지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1990년대 연간 최대치로 1994년과 1995년에 각각 28건과 25건인 것에 반해, 2000년대의 경우 2005년과 2008년에 각각 113건이라는 점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10년대에는 매년 100건 이상었으며, 특히 COI 보고서가 제출된 2014년은 역대 최대인 554건이 확인된다. 2015년 305건, 2016년 309건과 같이 이후 일정기간 동안 이러한 경향이 유지되었으나, 문재인 정권기인 2017년부터는 다시 100건대로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RISS(riss.kr)에서 ‘북한 인권’을 표제로 하는 국내학술논문은 2020년 10월 현재 기준으로 670여 편에 달한다. 1979년 양건흡과 구병삭의 연구가 최초 사례라고 할 수 있으나, 이후 1980년, 1986년, 1987년에 각각 1편, 1989년과 1991년에 각각 2편이 발견될 뿐이다. 이러한 경향은 90년대 접어들어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데, 1992년 5편, 1993년 3편, 1994년 5편, 1995년 9편이었던 것이 그나마 1996년 12편, 1997년 14편, 1998년 11편으로 다소 증가하게 된다. 하지만 이들 중 다수가 북한연구소의 『北韓』, 평화문제연구소의 『통일한국』 등에 실린 칼럼이나 시론과 같은 성격의 글들이었으며, KCI 등재 및 등재후보지에 실린 논문은 1990년대를 통틀어 11편에 불과했다.

북한 인권 연구가 본격화된 2000년대에는 1999년 23편을 시작으로 연평균 26.6편이 검색된다. 특히 2005년에 58편, 2006년에 44편, 그리고 2008년에 36편으로, 앞서 뉴스 기사와 유사한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2010년대 역시 연평균 26.8편으로 2000년대와 비슷한데, 2012년의 51편과 2014년의 43편 이후로 2015년에서 2017년 사이에는 연평균 20여 편이었던 것이 2018년부터는 다시 그 절반 수준으로 감소하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역시 칼럼, 시론 등을 제외하면, 그 연평균 논문 편수는 2000년대 12.9건, 2010년대 16.5건에 불과하다.

KCI 등재 및 등재후보지, 그리고 학술총서 등에 실린 연구논문만을 대상으로 할 경우, 2000년대에는 총 92건, 2010년대에는 131건이 발견된다. 여기에 2020년 10월 현재까지 발표된 논문 4건을 포함하면 2000년대 이후 총 227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북한 인권’을 표제로 하는 전체 검색결과 670여 편 가운데 약 1/3에 해당하는 숫자이다. 2000년대 이후 발표된 연구논문을 저자별로 살펴보면, 이원웅 12건, 정경환 10건, 제성호 8건, 김수암 7건, 서보혁 6건, 허만호 6건 등이었다. 그러나 전체 연구논문 중 절반에 육박하는 118건의 저자들이 ‘북한 인권’을 표제로한 연구를 1건만 발표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들 연구논문이 발표된 주요 학술지를 살펴보면, 한국통일전략회의의 『통일전략』이 20건, 북한연구학회의 『北韓硏究學會報』가 14건, 신아시아연구소(구 신아세아질서연구회)의 『신아세아』가 10건, 평화문제연구소의 『統一問題硏究』가 10건이었으며, 이 외에 대한정치학회의 『大韓政治學會報』가 6건, 동국대학교 북한학연구소(구 안보연구소)의 『북한학연구』와 북한대학원대학교의 『현대북한연구』가 각각 6건, 한국국제정치학회의 『國際政治論叢』, 민주주의법학연구회의 『민주법학』, 법무부 통일법무과의 『統一과 法律』이 각각 5건으로 확인된다.

또한 RISS의 검색 결과에 따르면, ‘북한 인권’을 표제로 하는 학위논문은 총 102건으로, 이중 박사학위논문이 21편, 석사학위논문이 81편이었다. 1978년 연세대학교 대학원 법학과 김영삼의 석사학위 논문 이후 학위논문이 한동안 발견되지 않다가, 1996년부터 1998년 사이에 각각 1건이 등장한다. 1999년 4건 이후, 2000년대에 연평균 4.7편, 2010년대에 4.9편이 발표되었는데, 특히 2006년 9편, 2005년과 2012년에 8편, 2009년과 2015년에 각각 7편으로 상대적으로 많은 학위논문이 발표되었다. 그러나 2016년에서 2017년 사이 6편의 박사학위 논문이 나온 것에 반해, 그 이후에는 2018년의 1편밖에 없다는 점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북한 인권에 대한 연구는 해당 문제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고조되던 2000년대 이후 본격화되었다. 이에 발맞춰 북한 인권을 다루는 연구 역시 양적으로 팽창했으나, 해당 기간 동안 연구가 얼마나 지속적이고 깊이 있게 이루어졌는지에 대해서는 반성해 볼 여지가 있다. 관심에 칼럼과 시론 등 북한 인권의 현실에 대한 짧은 글들을 제외한 본격적인 연구결과물은 연간 10여건 내외에 불과했으며, 그나마도 일부 저자를 제외하고는 단발성 연구로서의 성격을 띠었다. 또한 해당 연구들이 발표된 학술지 역시 일부 정치학과 법학 관련 학술지에서 연구가 발표되어 왔음을 고려하면, 북한 인권 문제가 ‘인권’보다 ‘북한’이라는 측면이 강조되어 온 것처럼 보인다.

보다 심각한 점은 뉴스 기사, 연구논문, 그리고 학위 논문 모두 2014년을 최고점으로 하며, 2017년을 전후로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 인권 문제가 이전에 비해 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고, 현 정권의 대북 정책 기조와 남북화해무드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최소한 북한 인권 상황이 이전에 비해 극적으로 개선되었기 때문이라거나, 북한 인권에 대한 연구가 이미 충분히 이루어졌기 때문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취약층에 더 비극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을 고려하면, 북한의 인권 문제가 더 심각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 Issue Brief는 집필자의 견해를 토대로 작성된 것으로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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