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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호] 조영웅 전문연구원 - 북중 무역의 재편과 함의

  • 11분 전
  • 5분 분량

제182호


조 영 웅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 전문연구원)



북중 무역의 재편과 함의

     

  

북중 무역은 어떻게 재편되고 있는가? 2026년 6월 8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방북 이후 북중 협력 강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특히 북한이 중점을 두고 있는 경제 발전과 관련해 북중 무역 확대 가능성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봉쇄로 사실상 단절되었던 북중 무역은 2025년에 들어서면서 완전히 회복되는 모습이다. 2025년 북중 무역은 전년 대비 25.7% 증가해 코로나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했으며, 농업, 화학, 섬유, 플라스틱 등 일부 분야는 UN 대북제재 강화 이전 수준까지 회복했다. 그러나 재개된 북중 무역을 단순히 회복의 관점에서만 이해할 수는 없다. 최근의 북중 무역은 과거와 비교해 물류 채널의 기능적 분화, 무역 주체의 구성, 랴오닝성 정부의 역할 등에서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본 이슈 브리프에서는 북중 무역의 최근 변화와 그 함의를 분석해 보고자 한다.

 

1. 물류 채널의 이중화: 단둥의 합법화, 지린성의 우회화

     

재개된 북중 무역의 가장 뚜렷한 변화는 물류 채널의 이중화이다. 북중 무역의 주요 채널은 단연 단둥-신의주 국경이다. 북중 무역의 회복 역시 이곳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다. 위성사진을 통해 코로나 이후 단둥-신의주 국경의 물동량을 조사한 결과 2023년 11월부터 트럭 통행량은 눈에 띄게 증가했으며, 2024년 중반까지 중국과 북한 양측의 세관 야적장 물동량도 빠르게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여기에는 중요한 변화도 함께 관찰되었다. 교역 상품의 제재 대상 포함 여부에 따라 서로 다른 무역 채널이 운용되고 있는 것이다. 2024년 Daily NK 기사에 따르면, 북한은 단둥-신의주 채널을 수입 전용으로만 활용하고 있으며 수출은 별도 채널을 활용하고 있다. 단둥에서 들어오는 화물열차는 건설자재, 식품, 의약품 등 비제재 품목을 싣고 오지만, 북한에서 중국으로 돌아갈 때는 완전히 빈 채로 국경을 넘는다. 반면 린장, 훈춘 등 지린성 경로를 통해서는 자동차 부품, 기계, 철강 등 제재 대상 품목의 수입과 가발, 인조 속눈썹 등 대중 수출품의 반출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단둥은 외국인과 일반 중국인에게 비교적 노출된 지역인 반면, 린장과 훈춘 경로는 접근성이 낮아 감시를 피하기 용이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러한 무역 채널의 기능적 분화는 대북 제재에 대한 양국의 부담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중 무역을 지속하고 확대하고자 하는 양측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2014년 완공되었으나, 북한의 사정으로 12년 동안 개통이 미뤄져 왔다. 그러나 2025년 들어 북한은 신압록강대교에 출입국 시설 마련을 위한 공사를 빠르게 진행하기 시작했다. 충분한 자원이 투입된다면 2026년 말 개통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단둥시도 대교 개통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단둥시 2026년 업무보고서에는 신압록강대교 개통을 "전력으로 추진한다(全力推动开通)"는 표현이 처음 등장했다. 이는 지난 10년간 관련 문서에서 가장 강력한 실행 의지를 담은 표현으로 평가된다. 신압록강대교 개통으로 차로를 이용한 북중 무역은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과거 이용되던 중조우의교는 단선 철도, 단방향 차로에 불과하며, 노후로 인해 운송 트럭 중량은 20톤에 제한되었다. 반면, 4차선 양방향 차로의 신압록강대교가 개통된다면 차로를 통한 북중 육로 무역은 빠르게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이는 단둥-신의주 노선을 공인 무역 채널로, 비공인 무역은 린장, 훈춘 그리고 그 외 접경 지역 경로로 하는 북중 무역 채널의 이중화 상태를 더욱 고착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2. 국가 주도 무역의 강화

     

북중 무역에서 민간 밀수의 비중 감소 역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 이전 북중 무역은 세 가지 형태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양국 정부가 모두 공인한 공식 무역, 둘째 북한 당국은 허가했지만 중국 당국은 허가하지 않은 국가 주도 밀수, 셋째 북한 당국 허가도 없는 기업과 개인의 민간 밀수다. 코로나 발생 이전 정경 유착 속에서 민간 밀수는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장마당에서 유통되는 쌀, 기름 등 생활필수품 중 상당수는 이러한 민간 밀수를 통해 수입되고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국경은 봉쇄되었고, 당국은 허가받지 않은 밀수에 대해 무조건 사격을 허용할 만큼 삼엄한 경계 태세를 유지했다. 더불어, 이들의 밀수를 돕고 있었던 군인, 관료 등에 대한 엄벌도 이어졌다. 당국의 삼엄한 경계 속에서 민간 밀수는 크게 줄었고, 자연스레 대중 무역에서 국가 주도의 공인 무역과 밀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커져갔다.

     

코로나 사태는 종료되었으나, 민간 밀수가 봉쇄 이전의 비중을 회복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민간 밀수업자들이 코로나 기간 동안 입은 피해는 쉽게 회복하기 어려운 수준이며, 이들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는 동안 민간 밀수업자들이 취급하는 품목들은 점차 국가 주도 밀수로 흡수되거나 대체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 당국은 대중 무역에서 이미 통제력을 강화한 상태인 데다가, 국가 경제 전반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려는 북한의 정책 경향이 짙어지면서 민간의 무역 활동을 당국이 용인할 것이라 예상하기는 힘들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으로 입은 경제적 수혜와 북중 정치적 협력 강화에 기반한 북중 무역 확대에 대한 기대는 국가 주도의 경제 성장 가능성에 대한 북한 당국의 자신감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 이는 대중 무역에서 공인 무역과 국가 주도 밀수 확대에 기여할 것이며, 반면 민간 밀수는 더욱 감소하고 음성적인 형태로 변형될 가능성이 크다.

     

3. 랴오닝성 정부의 역할: 묵인에서 추진자로

     

최근 북중 관계의 변화 속에서 중국 지방 정부의 대북 무역 태도는 보다 적극적으로 변화했다. 특히, 단둥시가 속한 랴오닝성 정부의 변화가 눈에 띈다. 코로나 이전 대북 무역에서 사실상 묵인 역할에 불과했던 랴오닝성 정부는 이제 적극적인 추진자로 역할을 전환했다.

     

2024년 중국 중앙은 북중 협력 강화 의지를 피력했고, 이는 최근 시진핑 주석의 방북으로 구체화되었다. 랴오닝성 정부는 중앙의 방침에 따라 2024년 북한과의 교류 협력을 강화할 것을 공식 발표했다. 이후 2025년 11월 랴오닝성 신임 서기 쉬쿤린은 랴오닝성 전면 진흥을 위한 회의를 개최했는데, 여기에는 지역 대표 기업 20개사가 참석했다. 그리고 이 중에는 랴오닝성의 대표적인 대북 무역 기업인 단둥 동방측정제어기술유한공사(Dandong Dongfang Measurement & Control)와 북한산 철광석 가공 및 재수출 업체로 알려진 안강그룹(Ansteel Group)이 포함되었는데, 성 지도부가 대북 교역 이력이 있는 기업들을 공개 석상에 초청해 경제 성장 전략을 논의하는 것은 이전에는 보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한편, 랴오닝성의 변화는 단순히 중앙의 의지에 부합하기 위한 형식적인 대응이기보다는, 경제적 성과 획득을 위한 적극적인 선택으로 이해하는 편이 적절할 것이다. 중국 중앙은 북한의 핵 실험과 보유 시도에 대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표명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소극적인 제재 이행 태도를 견지해 왔다. 이러한 중앙의 입장에서 성급 지방 정부에 대북 교역 활성화를 공식적으로 주문하기 어려웠으며, 성급 지방 정부 역시 하위 지방 정부의 대북 교역을 묵인하는 수준에 자신의 역할을 제한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북 무역은 작지 않은 경제적 기회이며, 지방 정부로서는 대북 무역에 적극적으로 나설 유인이 충분하다. 실상, 중앙 차원의 실질적인 북중 협력이 아직 가시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랴오닝성 정부가 대북 무역 확대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랴오닝성 정부는 중앙에 대한 고려보다는 지방의 경제적 이익을 우선시하고 있다는 평가도 가능할 것이다.

     

결론. 중앙 집중형 북중 무역으로의 재편

     

코로나 이후 단둥-신의주를 중심으로 한 북중 무역은 빠른 회복세와 함께 다양한 차원의 변화를 동반했다. 물류 채널은 기능적으로 분화했고, 국가 주도의 무역이 강화되었으며, 랴오닝성 정부는 적극적인 무역 추진자로 역할을 전환했다. 이상 세 가지 변화는 모두 북한의 대중 무역 구조가 중앙 집중형으로 재편되는 데 공통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대중 무역의 중앙 집중형 구조로의 재편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공고화될 전망이다. 이상의 변화     이상의 변화 추세는 약화될 수도 있다. 그러나 2024년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UN 대북제재 전문가패널이 해산되면서 실효적 대북 제재의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고, 이에 대응해 11개국이 다국적제재모니터링팀(MSMT)을 출범시켰으나, 중국과 러시아가 참여하지 않으면서 실효적 감시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크지 않다.

     

중앙 집중형 구조로의 재편 속에서 대중 무역이 북한 경제의 대외 개방 통로가 아니라 국가 자원 동원 체계의 연장선으로 기능하게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북한이 코로나라는 외생적 충격을 계기로 이상의 대중 무역 구조를 의도적으로 재편하고자 했는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다만, 코로나와 그 이후의 정세 변화가 국가 통제 강화와 민간 자율성 축소라는 북한 당국의 정책 방향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중요한 계기로 작용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따라서 향후 북중 무역에 관한 분석에서는 대중 무역이 북한의 권위주의 체제 유지에 가지는 기능적 역할에 대해서도 면밀한 관찰이 함께 필요할 것이다.

     

     

     

#키워드: 북중무역, 무역회복, 국가주도, 랴오닝성, 중앙집중화,China-North Korea Trade, Trade Recovery, State-Led Trade, Liaoning Province, Centralization

    

● Issue Brief는 집필자의 견해를 토대로 작성된 것으로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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