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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1호] 류경아 전문연구원 - 이상을 내려놓고 ‘안정’을 선택한 북한

  • 1일 전
  • 3분 분량

제181호


류 경 아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 전문연구원)



이상을 내려놓고 '안정'을 선택한 북한

     


1. 배경: 두 번의 핵심 행사와 헌법 개정

2026년 들어 현재까지 북한에서 세 가지 중요한 정치적 사건이 있었다. 첫째, 2026년 2월 9차당대회에서 새로운 5개년계획과 당 운영 방향을 제시했다. 둘째, 3월 최고인민회의 15기 1차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시정연설을 통해 경찰제도 수립, 경제 안정공고화, 핵 억지력 강화를 핵심 과업으로 제시했다. 셋째, 최고인민회의에서 개정된 헌법에는 영토 조항 신설, 통일 조항 삭제, 공산주의 기반의 복지 관련 문구 삭제, 핵무력 지휘권 명기 등이 담겼다. 8차 당대회(2021년)가 ‘자력갱생을 통한 비약’을 기치로 내걸었다면, 9차 당대회 이후에는 그간의 성과를 토대로 대외적, 대내적 체제 안정에 초점을 두었다.


2. ‘이상’의 폐기와 ‘현실’의 안정

(1) 경제: ‘인민생활향상’에서 ‘평양’으로

8차 당대회 사업총화에서는 인민경제를 전면 다루었으며, 인민생활향상을 핵심 목표로 강조했다. 반면 9차 당대회 사업총화에서 복리라는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개념으로 전환하며 인민생활향상 등 인민경제와 관련한 직접적 표현도 줄었다. 9차 당대회 결정서는 ‘당 제8기 기간에 구축된 발전토대들을 안정공고화하면서 점진적인 질적발전을 이룩’하는 것으로 기조를 바꾸었다.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도 핵심은 ‘현 단계에서 국가경제의 안정공고화’에 맞춰져 있다. 이전 2021-2025년 5개년계획이 내세웠던 인민생활향상이라는 경제적 약속의 비중을 줄이고 새로운 5개년계획은 체제 안정에 중점을 두는 전략적 판단이다.

건설 분야에서 이러한 변화가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9차 당대회 사업총화에서는 ‘수도 평양을 세계적인 도시’로, 화성지구를 “정치, 경제, 문화적 기능을 완벽하게 갖춘 행정구역의 표본” 으로 만들겠다는 건설부문 과업을 정했다. 지방은 지방발전 20×10 하에서 지방공업공장과 병원, 종합봉사소 건설, 도소재지 발전을 추진한다고 언급했을 뿐이다. 경제 발전의 수혜 대상이 전반적 인민에서 수도 평양과 주요 도시 중심으로 좁혀진 양상이다. 이는 제한된 자원을 평양과 지방 도시 엘리트에 집중하여 체제를 지탱하는 핵심 지지 기반을 공고히 하려는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 9차 당대회 이후 경제 기조는 기존 인민생활향상이라는 ‘이상’에서 후퇴하여, 평양을 중심으로 한 핵심 지지 기반 관리와 체제 안정이라는‘현실’에 더 무게를 둔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공개활동 데이터도 이를 뒷받침한다. 2025년 하반기에는 국가경제5개년계획의 성과를 내세우기 위한 경제(E)와 사회복지(S) 분야 활동이 활발했으나, 9차 당대회 이후인 2026년 1~4월에는 경제와 사회문화·인민복지(S) 활동이 뚜렷이 감소한 반면, 국방(M) 활동은 꾸준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 외부로부터의 안정, 안보: 핵무력과 국방 발전

헌법 개정에서 주목할 점은 국무위원장의 독점적 핵무력 지휘권을 삽입한 것이다. 9차 당대회

사업총화에서 김정은은 ‘핵’을 약 55회 언급했으며, 15기 1차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는 ‘가장 확실하고 영구적이며 믿음직한 선택안은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최강의 힘의 수단을 틀어쥐는 것’이라고 발언했다. 냉혹한 국제정치 현실에서 ‘핵방패’와 국방발전을 통한 억제력 확보만이 평화와 안정을 보장한다는 강조를 이번 당대회와 최고인민회의에서 더욱 높였다. 이는 국가 안보가 최우선이고, 경제는 안보와 안정 안에서 추진한다는 전략을 보여준다.


(3) 내부 안정: 경찰제도 수립과 3대 혁명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발표한 치안유지를 위한 경찰제도 수립은 ‘국가의 내부안전과

사회적안정을 보장’을 위한다고 하지만, 내부 통제 강화를 통한 체제 안정 수단으로 읽을 수 있다. 9차 당대회에서도 사법검찰·사회안전·보위기관이 ‘국가의 안전과 사회의 정치적 안정, 인민의 생명재산을 법적으로 수호하는 계급투쟁의 무기’로 규정된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또 다른 내부 안정 기제는 사상·기술·문화의 3대혁명 노선의 재강조이다. 특히 15기 1차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일관성 있게 확고히 앞세워나가야 할 사업은 사회의 모든 성원들을 사상정신적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사상혁명’이라며 사상혁명의 선행적 지위를 강조했다. 동시에 ‘지금 사람들의 의식 상태에서 일부 변화들도 일어나고 여기에 미치는 주객관적인 영향들도 의연 존재’한다고 했다. 이는 외부 정보 유입과 시장화로 인한 주민 의식 변화를 북한 당국이 체제 안정의 위협 요인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3대혁명에 대한 재강조는 물리적 통제(경찰제도)와 사상적 통제(3대혁명)를 병행하여 내부 안정을 확보하려는 이중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


(4) 헌법 개정: 이상의 폐기와 현실의 수용

북한은 이번 헌법 개정에서 ‘세금 없는 나라’, ‘실업을 모르는 나라’, ‘전반적 무상치료제’ 등 공산주의적 이상을 담은 문구를 삭제했다. 이는 북한 스스로 이러한 약속이 현실과 괴리가 있음을 인정하고, 도달 불가능한 이상에 체제 정당성을 구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볼 수 있다. 대신 ‘인민대중제일주의’와‘핵무력 완성’이라는 김정은 위원장의 성과로 정당성의 기반을 전환했다고 볼 수 있다. 영토 조항 신설과 통일 조항 삭제는 체제의 지리적·법적 경계를 명확히 함으로써 남한으로부터의 흡수통일이라는 정치적 두려움에서 벗어나려는 체제 안정의 선택이다.


3. ‘안정’ 선택의 함의

2026년 일련의 행사와 헌법 개정을 종합하면, 북한은 ‘외부 위협으로부터의 방어 + 내부의

정치·사회적 체제 안정 + 그 기반 위에서의 점진적 경제발전‘이라는 삼중 구조의 안정 전략을 선택한듯하다. 우선순위에서 경제발전을 재조정하면서 인민보다 평양을 선택한 내용은 북한 경제의 한계와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지금 북한은 인민에 대한 전반적 약속과 이상을 내려놓고 있다. 대신 핵무력 완성이라는 국가 안보 성과에 정당성의 무게를 두면서 체제 안정을 위한 제도를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기조를 고려하면 북한의 핵포기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 또한 북한 헌법의 ‘두 국가’ 제도화가 곧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북한의 안보와 체제안정을 중시하는 변화 속에서‘적대적’ 관계가 고착되기 전에 소통 채널을 넓혀 나가며 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위한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우리 식 사회주의건설을 새 승리에로 인도하는 위대한 투쟁강령 조선로동당 제8차대회에서 하신

경애하는 김정은동지의 보고에 대하여」 (로동신문, 2021.01.09.)

「불굴의 개척투쟁으로 전취한 위대한 승리와 영광을 새로운 려정의 줄기찬 전성과 도약으로

이어나가자 조선로동당 제9차대회에 관한 보도」 (로동신문, 2026.02. 26.)

「김정은원수님께서 최고인민회의 제15기 제1차회의에서 시정연설」 (조선신보, 2026.03.24.)

[표] 북한 헌법 개정 내용 (연합뉴스, 2026.5.6), https://www.yna.co.kr/view/AKR20260506104300504



 

 #키워드: 북한 헌법 개정, 9차 당대회 사업총화, 핵무력, 이상폐기, 현실수용, Revision of the North Korean Constitution,Work Summary of the 9th Party Congress, nuclear force,abandonment of ideals,acceptance of reality

● Issue Brief는 집필자의 견해를 토대로 작성된 것으로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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