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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호] 정주영 전문연구원 - 권위주의 국가 중국의 코로나 팬데믹 대응

제144호


정 주 영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 전문연구원/중국학술원 상임연구원)


권위주의 국가 중국의 코로나 팬데믹 대응


중국은 공산당 일당독재의 권위주의 국가이다. ‘코로나 팬데믹’의 상황에서도 세계는 질병으로서의 코로나 문제뿐만 아니라 중국이라는 권위주의 국가의 코로나 대응방식에 주목했다. 그것이 진실에 대한 은폐 및 사회에 대한 폭력적 통제로 나타날 것이라는 예측이 팽배했고, 실제 리원량 사망 등의 사실들이 보도되면서 예측이 현실화되고 있음을 목도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현재 전 세계의 코로나 확산 현황과 비교해 중국의 코로나 방역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중국의 코로나 방역과정에서 시민사회와 사회단체들이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실질적인 성과들을 내었음이 알려졌다. 산시성(陕西省) 한 개 성의 사례만 보더라도 2020년 3월까지 2100여개 사회단체가 자선 모금을 진행했으며, 전문 서비스 분야에서 방역에 깊이 관여해 감염확산 저지에 힘을 보탰다. 또한 우한(武漢)시 자선총회 홈페이지의 2020년 3월 28일에 게시된 자료에 따르면 기부금이 42억 위안을 초과했으며, 우한시 적십자사 홈페이지에 있는 ‘사회기부금 모금액 공시(67회)’에 따르면 우한시 적십자사는 2020년 3월 29일까지 16억9000만 위안의 사회기부금 을 받았다. 중국의 독특한 격자망 지역사회 조직인 사구(社區)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격리와 지역 봉쇄로 인해 발생하는 생활적인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해결해나갔다.


중국 정부도 국가 위기 상황에서 사회의 협력과 역량동원을 적극적으로 강조하고 사회조직의 활동을 지원 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코로나 방역을 인민전쟁, 저지전, 총체전(人民战争、阻击战、总体战)으로 규정 하고, 중앙, 성, 시, 상급 민정부처의 통일적 배치와 사회 조직의 법을 준수하는 질서 있는 방역활동 참여에 대한 적극 동원과 관련된 지도방침을 내렸다. 이에 중앙 민정부에서부터 성·시의 사회조직 관리 부서들, 그리고 구(區)의 민정국 사회조직 공작과에 이르기까지 사회역량을 동원하고 사회조직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각종 법안과 제도를 발표하였다. 사회단체의 참여와 활동은 각종 토론회의 주제가 되었으며, 학계와 언론이 코로나 사태 해결을 위한 사회 역량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사회조직의 적극적 활동에 대한 필요성을 역설하는 한편 정부와 사회조직의 협력 모델과 관련된 다양한 사회 거버넌스를 제시하였다.


그렇다면 코로나가 중국 국가-사회 관계, 구체적으로 시진핑 이후 강화된 권위주의적 통제 하에 있던 사회조직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강화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인가? 시진핑 정부는 집권 직후부터 시민사회에 초강적 관리와 통제를 가하고 있다. 서구식 헌정(憲政) 도입을 반대하는 내용의 ‘9호 문건’을 통해 사상통제를 강화하고, 공공지식인과 사회조직을 탄압·통제했다. ‘해외 NGO관리법’을 제정해 해외 NGO의 활동뿐만 아니라 그 지원을 받던 국내 NGO들의 활동까지 제약했다. 그간 회색영역과 경계(境界)에서 활동해왔던 공공지식인과 비(非)인가 사회조직이 활동의 공간과 기회를 거의 거세당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비(非)당원까지로 감찰권을 확대한 ‘국가감찰위원회’를 설립하여 국가에 대한 공산당의 통제권을 강화시켰다. 중국의 홍콩보안법(香港国安法) 통과와 홍콩 시위에 대한 진압은 중국의 강압적 권위주의의 국가 속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기도 했다.


특히, 시진핑 정부가 집권이후 보여준 사회조직에 대한 태도는 기존의 ‘분할관리’ 폐기와 적아적 접근(a friend-or-foe approach)으로 규정할 수 있다. 즉, 공공지식인과 사회조직의 활동 내용을 정치성과 합법성 여부를 기준으로 분리하여 관리했던 것과 달리, 적(敵)과 아(我)의 이분법 적 구도하에서 통제를 하는 것이다. 중국의 인터넷 통제에 대한 킹(Gary King)의 결론에 따르면, 검열이나 안정 유지의 논리는 행위나 내용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영향력과 동원력의 잠재적 가능성(its reach and mobilisational potential)에 있다.


중국 코로나 방역과정은 표면적으로는 ‘자율적’으로 보이는 사회조직이 등장해 방역활동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중국의 신뢰를 받는 단체에 한정되었으며, 사실 정부의 허용 범위에서 벗어난 시민들의 자발적 조직과 비인가 사회단체들은 방역 활동에서조차도 배제되었다. 일례로 수백명의 자원봉사자를 우한으로 보냈던 ‘남천구조대(蓝天救援队)’는 2007년에 설립된 중국 최대 규모의 비정부 인권단체로 이 단체에는 조직 내부에 여러 개의 당 조직이 설치되어 있으며 대표자 장용(张勇)은 전 무장경찰대의 특수경찰이었다. 또한 공신력을 갖춘 적십자사와 한홍(韩红)과 마윈 등 중국 유명인들이 설립한 자선단체가 기금 모금의 일선에서 활동하였다.


에리히 프롬(Erich Fromm)은 건강한 사회와 불건강한 사회를 구분하며, 자유, 자발성, 솔직한 자기 표현 등을 건강한 사회의 요건으로 제시하였다. “자유와 자발성이 모든 사람들이 지향하는 객관적인 목표가 되어 있는 이상, 만일 어떤 인간의 자유와 자발성과 속임 없는 자기표현이 불가능하게 되었다면, 그 사람은 심한 결함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는 조직과 국가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자유, 자발성, 솔직한 자기 표현을 할 수 없는 조직의 건강성이, 그리고 그러한 조직이 구성하는 국가가 얼마만큼 튼튼한 기본 체력을 가질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전염병 앞에서 중국의 일반 시민들은 멈추거나 숨지 않았다. 그들은 온라인상에서 모이고, SNS를 활용해 환자들에게 비어있는 병상과 방역 물품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오프라인 세계에서 환자를 병원까지 데려다 주었다. 중국 사회의 변화에 대한 희망은 결국 중국의 깨 어있는 일반 시민들이 품고 있다.


● Issue Brief는 집필자의 견해를 토대로 작성된 것으로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이슈브리프 144호 (정주영 박사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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