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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호] 봉영식 전문연구원 - 2017-19년 전략적 사이클의 재가동: 최근 북한의 도발행동의 의미

최종 수정일: 2023년 7월 28일



제159호


봉 영 식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 전문연구원)


2017-19년 전략적 사이클의 재가동: 최근 북한의 도발행동의 의미


2022년 연초부터 북한은 각종 미사일 시험발사와 제7차 핵실험 위협 등 수많은 군사적 도발을 하면서 한반도 군사적 긴장을 최고조로 올려 왔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현장 지도로 9월 25일부터 10월 9일까지 7차례에 걸쳐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전술핵 운용부대 훈련'을 실시하면서, 지난 4월에 공개적으로 천명한 선제적 전술핵 미사일 사용이 그저 위협이 아니라 실제 가능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여기에 더하여 북한은 10월 12일 전술핵 운용부대에 배치된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실험발사하였다.

북한이 10월 4일 자강도 무평리에서 발사해 일본 열도 상공을 넘어 태평양에 낙하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 미사일은 비행거리가 역대 최장인 4,500㎞, 정점고도 970㎞, 최고속도 마하 17였다.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일본 열도 상공을 통과한 것은 2017년 8월 29일 화성-12형 이후 5년 1개월여 만이다. 실험발사된 화성 미사일의 사거리와 제원을 고려할 때, 북한의 노림수는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하고 향후 미국과 비핵화 협상이 아닌 군축 협상에 나서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2021년 1월 개최된 제8차 노동당 당대회에서 결정된 국방력 강화방침의 핵심인 5대 기종 무기를 완성함으로써, 한국형 3축 체계인 이른바 '킬체인(Kill-Chain)'을 무력화하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북한은 2022년 1월부터 KN-23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 KN-24 (북한판 에이트킴즈), 극초음속 미사일, KN-25 (초대형 방사포), 다탄두 재진입 미사일 (MiRV), 북극성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SLBM) 등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대남 타격용 무기를 급속도로 개발해왔다. 특히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 (TEL), 열차, 저수지를 미사일 실험 발사대로 이용하는 등, 한국형 3축 체계 (미사일 공격 징후를 포착했을 때 선제적으로 타격하는 킬체인,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막는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제, 그리고 북한이 공격을 감행한 경우 압도적 응징을 가하는 대량응징보복(KMPR)과 한미 정찰 감시 전력을 무력화하기 위한 미사일 발사 플랫폼의 다변화를 계속 추진하고 있다.

북한의 군사행동은 비단 미사일 실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북한군은 지난 10월 전투기 150여 대를 동원해 '대규모 항공 공격 종합훈련'을 실시하였다. 10월 24일에는 북한 상선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기습 침범하여 우리 군 당국이 즉각 퇴거 조치를 하고, 이에 대하여 북한은 방사포를 서해 NLL 이북 완충구역으로 발사하였다.

이후 남측을 겨냥해선 “최근 지상전선에서의 포사격 도발과 확성기 도발에 이어 해상 침범 도발까지 감행하고 있다”며 적반하장식 주장을 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7차 핵실험 등 ‘중대 도발’ 버튼을 누르기에 앞서 명분 쌓기에 나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왜 북한은 이렇게 미사일 시험과 핵 무력 증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인가? 북한 김정은 정권이 이토록 숨 가쁘게 한반도 긴장 상황을 위험한 수위로 올리면서 얻고자 하는 전략적 목표는 무엇인가? 2023년에 북한은 어떤 전략으로 미국과 한국을 상대하고자 할 것인가?

여러 가지 정황을 종합해볼 때, 북한의 2022년 군사적 도발 행위는 김정은 정권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한국의 문재인 정부와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구사했던 전략을 한번 한국의 윤석열 정부와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를 상대로 다시 한번 구사하려는 전략적 의도가 반영된 현상으로 보인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미국과 북한은 ‘최대압박과 최대관여’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과 핵 무력을 완성한 후 그것을 대미·대남 전략적 지렛대로 이용하여 경제개발에 성공한다는 김정은 정권의 핵 무력, 경제발전 병진 정책의 충돌이었다. 2016-17년 북한은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강행하였고,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가동하고 Vigilant Ace 합동공군훈련을 포함한 한미 공동 대비 태세를 강화하는 등 대북 강경정책으로 맞섰다. 2017년 말에 한반도 전쟁위기설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북한은 이러한 긴장 상태를 자신에게 유리한 전략적 환경으로 삼고, 1월 신년사를 빌어 한국의 문재인 정부를 향해 평화공세를 취하였다. 비단 정상회담을 포함한 남북 간 대화와 군축 회담, 문화교류, 경제협력뿐만 아니라 미국과 북한 간의 고위급회담에도 응하겠다는 메시지를 트럼프 행정부에 전하였다. 그 결과 역사상 처음으로 북한과 미국의 최고 정치 지도자 사이의 2차례 공식 정상회담과 1차례 비공식 만남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최고압박-최고관여 전략에 맞서 ‘최고의 전쟁 위기-정상급 담판 외교’ 전략을 구사한 북한은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나면서 유엔안보리 대북 결의안 등 대북 경제제재를 포함한 경제 회생의 돌파구를 확보하고자 했던 전략목표 달성에 실패한다. 이후 북한은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코로나 팬데믹, 자연재해, 국경봉쇄로 악화한 경제 사정에도 불구하고 계속 자력갱생으로 버티기 전략을 구사해왔다.

북한 경제구조는 고난의 행군으로 일컫는 1996-98년 절대 기근 위기를 경험한 후 국가가 민생을 책임지는 국가배급체제로부터 장마당 체제로 체질 전환을 하였다. 북한주민의 민생이 장마당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 아래에서 김정은 정권의 자력갱생 전략은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의 결렬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었다 하더라도, 정권이 장기적으로 고수할 수 있는 생존전략이 될 수는 없다.

북한 최고사령관으로 추대된 지 3개월 만인 2012년 4월 15일 강성대국의 해이자 김일성 주석 100회 생일 경축 열병식에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북한 주민들에게 다시는 과거와 같은 배고픔을 느끼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정은 총비서는 집권 뒤 첫 육성 연설이자 인민을 향한 첫 약속에서 “우리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며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게 하자는 것이 우리 당의 확고한 결심”이라며 잘 먹고 잘살게 해주겠다는 ‘통 큰’ 약속했다. 김 총비서는 이듬해인 2013년 1월 1일 신년사에서도 인민 생활 안정과 향상을 강조하면서 "인민 생활이 경제 건설의 척도"라고까지 말했다.

그러나 2020년 1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후 첫 신년연설에서 김 총비서의 연설은 이전과 180도 확 바뀌었다. 다시 북한 주민들에게 허리띠를 졸라맬 것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허리띠를 졸라매더라도 기어이 자력 부강, 자력 번영하여 나라의 존엄을 지키겠다는 것이 우리의 억센 혁명 신념이라고 천명”하였다. 급기야 같은 해 4월 제6차 노동당 세포비서 회의에서 김 총비서는 ‘제2의 고난의 행군’까지 언급하였다.

2020년 6월, 김정은 총비서는 다시 한번 인민의 허리띠를 언급한다. 6월 8부터 10일까지 열린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김 위원장은 회의 당일 간부들이 가져온 혁대, 치약 등 시중에 일반적으로 유통되는 제품들을 손에 들고나왔다. 회의에 앞서 당 중앙위원회 간부들에게 ‘지금 주민들이 쓰고 있는 소비품들을 그대로 사 오라’고 지시한 물건들이었다. 김 위원장은 참석자들에게 제품 하나를 들어 보여주며 “소비품의 질은 어떠하든 생산량에만 치중하는 것은 인민들에 대한 그릇된 관점과 당 정책 집행에 대한 요령주의적 태도로서 당과 인민을 속이는 행위”라고 질타했다. 대북경제제재, 자연재해, 국경봉쇄에 따른 대중무역 중단이라는 ‘삼중고’가 겹치면서 북한 경제가 얼마나 심각한 위기 상황에 들어갔으며 민심이 흔들리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2021년 7월 한국은행이 공개한 '2020년 북한 경제성장률 추정 결과'를 보면 2020년 북한의 경제 성장률은 -4.5%로 2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였다. 2021년과 2022년의 경제 성장률도 2020년보다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김정은 정권은 자력갱생 전략의 한계를 인정하고 출구전략을 모색할 시점에 도달하였다. 이제 2017-19년 전략을 다시 한번 시도하는 도박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그 초기 단계에서 나타난 현상이 북한의 각종 미사일 실험과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도발 행위이다.

여기서 혹자는 왜 김정은 정권이 과거 이미 한번 실패한 전략을 왜 다시 구사하는가 하고 질문할 수 있다. 또한 2017-19년 북한 김정은 정권은 문재인 정부와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했지만, 2022년 현재 김정은 정권이 상대하는 한국과 미국의 정권은 이전 정부와 대단히 다른 대북관을 가지고 안보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과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은 지 난 문재인 대통령과 같이 북한 김정은 정권이 비핵화에 대한 진정한 의지가 있다고 믿지 않고 있고, 지난 트럼프 대통령과 같이 북한과 핵무기에 대해 하향식 통 큰 타협 시도에 관심이 없지 않으냐고 반문할 수 있다.

북한의 김정은 정권도 이런 차이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 정권으로서는 2017-19년 전략을 다시 한번 시도하는 것 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다. 북한 정권은 북한의 경제난을 경제정책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개혁개방은 김정은 정권의 무오류성에 큰 타격이 될 것이다. 한국이나 외국 국가와 경제협력을 하고 싶어도 핵과 미사일을 포기해야 북한경제의 목을 조르고 있는 대북 경제제재에서 벗어날 수 있다. 김정은 정권으로서는 마땅하지 않은 선택지다.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핵 무력을 강화하고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 상황을 고조시키는 것이 김정은 정권으로서는 흔들리는 민심을 잡고 당과 지도자에 대한 충성심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 외부의 적, 전쟁이 발발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높아질수록 북한 인민들의 충성심과 내부 결속은 더 강화될 수 있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 빅브라더는 이야기한다. 전쟁의 목적은 승리가 아니라 계속하는 것이라고.

북한으로서는 러시아 블라디미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군이 상황에 따라 전술핵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고 위협한 것이 내심 반가울 것이다. 러시아 군이 만에 하나라도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설마 김정은 정권이 핵무기 사용이라는 자살행위를 하겠냐는 핵 확장억제전략의 기본전제가 무너지고, 북한의 핵무기 사용위협을 한국, 일본, 미국은 실존적 위협으로 재평가하게 된다. 북한의 핵 레버리지가 강화되게 된다.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북한 정권의 비합리적 행동의 가능성’이 높아진다면, 북한 정권이 비핵화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더라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것을 사전에 막기 위하여 북한 달래기로 전략을 수정할 가능성이 높다. 이때 북한이 2018년 1월처럼 평화공세로 나선다면, 한국과 미국은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시진핑 주석의 장기집권화를 공식화한 제20차 당대회를 마친 중국의 향후 행보도 주목해야 한다. 중국은 앞으로 미국과 북한 사이에 안보 위기가 극단적인 상황까지 가는 것을 막도록 중재할 가능성이 높다. 대만을 둘러싼 긴장 상황, 장기화하는 우크라이나 전쟁, 끝이 보이지 않은 글로벌 경제위기 등을 고려할 때, 미국은 미국이 직면한 중대 위기 중 어느 하나라도 중국과 협력하여 먼저 매듭지을 수 있는 상황이 주어진다면 그것을 마냥 거부하기는 힘들 것이다.

결론적으로 북한은 향후 제8차 당대회에서 결정한 국방현대화 목표를 달성하기 전까지는 줄기차게 전략무기 실험을 계속할 것이다. 아무리 위험하더라도 북한에는 그것만이 유일한 선택지이기 때문이다.




● Issue Brief는 집필자의 견해를 토대로 작성된 것으로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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