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2호] 김학은 명예교수 - 주체사상의 논리적 모순 (I)



제152호

김 학 은

(연세대학교 상경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주체사상의 논리적 모순 (I)

1. 주체사상

주체사상은 여러 철학을 내포하고 있으나 그의 철학적 기본 명제는 간단하다. “사람이 주인의 위치”라는 김일성-김정일의 사람 중심의 철학적 세계관이다. 하나의 논리 구조는 출발점을 가져야만 한다. 물리학은 우주의 시작이 빅뱅으로 본다. 기하학은 자명한 공리에서 시작한다. 그런데 공리도 첫 번째 원인이 될 수 없는 것은 그보다 상위 개념이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래서 사람들은 공리 위에 공리, 곧 신을 최초의 원인 The First Cause로 믿는다. 말하자면 이 세계의 삼라만상은 출발점이 없으면 그 설명이 불가능하다.

법체계도 마찬가지다. 헌법은 최고법이다. 헌법을 최고법이 되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북한은 그것을 김일성의 주체사상이라고 헌법에 적시했다. 그 헌법 작업은 1982년 3월 31일에서 시작했다. 그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7기 대의원인 김정일이 창작한 「주체사상에 대하여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 탄생 70돐 기념 전국 주체사상 토론회에 보낸 론문」에 다음 문장이 있다.

사람이 모든 것의 주인이라는 것은 사람이 세계와 자기 운명의 주인이라는 것이며 사람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것은 사람이 세계를 개조하고 자기 운명을 개척하는 데서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주체사상의 철학적 원리는 세계에서 사람이 차지하는 지위와 역할을 밝힌 사람 위주의 철학적 원리입니다.

이 글은 창세기에 기록된바 “하나님이 그들[아담과 이브]에게 이르시되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하늘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하시니라.”를 연상케 한다. 그 차이는 무엇일까? 우선 김정은의 “론문”은 다음 두 문장으로 시작한다.

사람이 모든 것의 주인 A

사람이 모든 것을 결정 B

이 글의 목적은 주체사상의 문장 A의 비결정성과 문장 B의 결정성이 상호 모순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아래는 그 증명이다.

2. 증명

고대 그리스의 프로타고라스는 “인간은 만물의 척도”라는 명언을 남겼다. 이 문장에서 만물에 인간이 포함되는지 아닌지 불분명하다. 포함된다면 프로타고라스의 말은 “인간은 인간의 척도”와 “인간은 인간 이외의 만물의 척도”의 합이다. 마찬가지로 문장 A에서 “사람이 모든 것의 주인”의 문장에서 “모든 것”에 사람이 포함되는가 아닌가가 핵심이다. 포함되지 않는다면 다음 C 문장이 성립한다.

사람은 사람이 아닌 사람 이외에 모든 것의 주인 C

김정은의 “론문”을 계속 보자. 그의 주체사상에 의하면 “사람은 가장 발전된 물질적 존재이며 물질세계 발전의 특출한 산물”이라고 정의한다. 이 문장은 사람이 물질적 존재라고 선언하고 있다. 그러므로 유물론에 기초하면 물질적인 “모든 것”에 물질적 존재인 사람도 포함되어야 한다. 따라서 유물론에 의하면 문장 C는 충분하지 않으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 문장 A가 유물론에 부합하려면 다음 문장이 되어야 한다.

사람이 사람과 사람 이외에 모든 것의 주인

이 문장은 “사람이 사람의 주인”과 “사람이 사람 이외에 모든 것의 주인”의 두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람이 물질이라는 유물론이 유지되려면 문장 A는 “사람이 사람의 주인”도 포함해야만 한다.

사람이 사람의 주인 D

미시적으로 개인은 개인의 주인이다. 그러나 “나는 나의 주인”이 되려면 관계 법률이 인정해야 한다. 시나이산에서 모세가 만났다는 “나는 나”라는 존재를 모세는 믿을 수 없었다. “나는 아브라함과 이삭의 하나님”이라고 덧붙여 설명했을 때 믿는 이에게 유효하다. 법정의 인정신문에서 “나는 나”라는 대답은 인정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스스로는 스스로 증명하지 못한다.

문장 A는 스스로 결정되지 못하는 비결정 순환문장이다. 이것이 주체사상의 “사람이 사람의 주인”과 프로타고라스의 “사람은 사람의 척도”의 문장 구조 D의 문제이다. 문장 D에서 사람은 결정되지 않는다. 이 비결정성을 이해하기 위해 D에서 앞의 사람을 뒤의 사람에 대입하면 다음 E 문장이 된다.

사람이 [사람의 주인]의 주인 E

연속 대입하면 “사람이 사람의 사람의 사람의 ”의 무한대가 되어 결정되지 않는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유명한 논쟁은 결판나지 않는다. 닭이 먼저다는 “닭이 달걀의 시작”이라는 주장이고 달걀이 먼저다는 “달걀이 닭의 시작”이라는 주장이다. 뒤 문장의 달걀을 앞 문장의 달걀에 대입하면 “닭이 [닭의 시작]의 시작”이 된다. 괄호 속을 닭으로 대체하여 줄이면 “닭이 닭의 시작”으로 순환구조의 문장 D가 된다. 닭은 결정되지 않는다. 닭으로 대입하면 “달걀은 달걀의 시작”이 된다. 달걀 역시 결정되지 않는다.

문장 D의 특징을 보자. 첫째, 자폐적이다. 곧 스스로 폐쇄적이다. 하나의 원에서 임의의 두 점 X와 Y를 선택한다. 관점에 따라 “X는 Y의 앞”이거나 “Y는 X의 앞”일 수 있다. 두 문장을 Y로 대입하면 “X는 X의 앞”이 되고, X로 대입하면 “Y는 Y의 앞”이 된다. X에서 출발하여 X로 돌아오거나, Y에서 출발하여 Y로 돌아온다. 둘째, 자기완결이다. 원의 한 점은 그 점에서 출발하여 그 점으로 회귀하여 완결된다. 셋째, 자기언급이다. X는 X 이외에 다른 것은 필요로 하지 않는다. 종합하면 문장 D는 자폐적, 자기완결, 자기언급(자자자)의 문장이다. 문장 D의 기하학적 표현이 하나의 원이다.

같은 논리로 문장 B의 “사람이 모든 것을 결정”도 유물론에 의하면 “사람이 사람을 결정”을 내포한다. 따라서 유물사관에 의한 문장 A의 “사람이 사람의 주인”의 비결정성은 문장 B의 “사람이 사람을 결정”의 결정성과 모순이다. 증명 끝.

4. 인과율

문장 E는 다음 두 개의 문장으로 분리될 수 있다.

사람은 [사람 이외의 모든 것]의 주인 F

[사람 이외의 모든 것]이 사람의 주인 G

이것이 주체사상의 기본 명제이다. 주체사상은 스스로 유물사관임을 선언하고, 무신론이므로 신의 존재를 부정한다. 주체사상은 물질세계의 사상이다. 문장 G에서는 사람이 포함되지 않은 물질세계가 사람의 주인이 되어야만 한다. G는 B와 모순이다. 이 모순을 피하려면 주체사상에서 사람이 사람의 주인이 되는 D 문장이 성립하면 안 된다.

물질세계는 원인과 결과의 세계이다. “가장 발전된 물질적 존재이며 물질세계 발전의 특출한 산물”인 사람은 인과율에 의해서만 움직인다는 독단론에 빠지게 된다. 또 “사람은 물질세계의 결과”라고 선언했으니 문장 G와 일치해야만 한다. “결과”라는 말은 인과율에서 “원인”이 선행해야만 성립할 수 있다. 원인을 물질세계라고 선언한 것이 문장 G이다. 이것은 문장 B와 배치된다.

문장 G와 F를 합친 것이 문장 D이다. 주체사상에서 문장 D가 모순의 씨앗이다. 이 모순을 피하는 첫 번째 방법이 주체사상에서 사람이 사람의 주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한편, 두 문장 F와 G를 [사람 이외의 모든 것]으로 합친 것이 문장 D였으나 두 문장 F와 G를 사람으로 합치면 다음 문장 H가 된다.

사람 이외의 모든 것은 사람 이외의 모든 것의 주인이다. H

문장 H는 문장 A와 모순이다. 이 모순을 피하는 두 번째 방법 역시 주체사상에서 사람이 사람의 주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프로타고라스가 유물론자가 아니라면 그의 발언 가운데 만물에 인간이 포함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의 발언은 사람이 물질이라고 선언하였으므로 유물론이 유지되려면 “아편이라는 종교”를 버릴 수밖에 없다. 문장 D에는 미시적 개인에서 거시적 사람으로 확대하는 데 있어서 논리적 비약도 상존한다. 문장 A가 유물론과 모순인 데, 문장 D는 종교를 버려 유물론과 일치해도 앞에서 본 대로 B와 모순이 되기 때문이다. 곧 문장 D는 “물질인 사람이 물질인 사람의 주인이다.”로서 그 자체가 자자자 구조이다. 주체사상은 이래도 저래도 모순이다.

5. 모순 구조

이 모순의 근본 이유와 그 해결책을 이해하기 위하여 자자자의 비결정 순환문장 D의 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앞의 사람은 주격이고 뒤의 사람은 목적격이다. “나는 그의 제자이다.”라는 문장에서 나는 주격이고 그는 목적격이다. 주격 나는 그의 제자이지만 목적격 그는 나의 제자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문장 D에서 주격 사람은 목적격 사람의 주인이지만 목적격 사람은 주격 사람의 주인이 아니다. 따라서 문장 D의 사람은 주격이며 동시에 목적격이므로 다음 문장 I가 성립한다.

사람은 사람의 주인이며 주인이 아니다. I

앞서 원의 예로 설명하면 “X는 Y의 앞이며 동시에 Y가 X의 앞”이다는 “X는 Y의 앞이며 뒤”이다. 곧 X는 Y의 앞이며 앞이 아니다. I 구조이다. 이것은 주체사상의 기본 명제 D에 배치된다. 더 자세히 보면 D에서 출발한 논의가 그와 반대되는 I로 둔갑하였다. 자기모순이다. 그 이유는 D의 구조가 자자자이기 때문이다.

6. 자주

주체와 자주는 모순이다. 김정은의 “론문”은 주체사상의 “자주성, 창조성, 의식성을 가진 사회적 존재”로서 사람은 “가장 발전된 물질적 존재이며 물질세계 발전의 특출한 산물”이라고 정의했는데 이 문장에서 사람은 물질적 존재이다. 물질세계는 원인과 결과의 인과율이 지배하는 세계이다. 인과율의 세계에는 자주가 없다. 로봇과 달리 사람의 행위는 인과율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이 모순을 해결하려면 사람의 정의에서 찾아야 한다. 주체사상이 염두에 두고 있는 사람은 누구를 가리키는 걸까? <계속>


● Issue Brief는 집필 자의 견해를 토대로 작성된 것으로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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