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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호] 부승찬 전문연구원 - 주한미군 감축과 한미동맹 변화의 방향성

제141호

부 승 찬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 전문연구원)

주한미군 감축과 한미동맹 변화의 방향성

1950년 7월 14일,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전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당시 대통령이었던 이승만은 맥아더 장군에게 한 통의 서한을 발송한다. ‘현재의 적대상태가 지속되는 동안 한국군 일체의 지휘권을 유엔군사령관이 행사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이 한 통의 서한은 한국군의 작전지휘권 이양과 함께 미군의 한국 주둔을 정당화시키는 기제로 작동됐다. 이어 1953년 휴전협정이 체결되고, 1954년에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이 발효되기에 이른다. 한미상호방위조약(제4조 미국의 육·해·공군을 대한민국 영토 내 배치를 허용하고 미국을 이를 수락한다)은 미군의 한국 주둔을 보장하는 일종의 제도적 장치였다. 이후 1975년 6월 유엔 안보리 결의안 제333호에 따라 유엔사 해산이 권고되고, 1978년 연합사가 창설된 이후에도 주한미군은 변함없이 한국의 생존과 번영에 중추적 역할을 수행했다. 북한 위협이라는 현실에 마주한 한국인들에게 주한미군은 한국 안보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각인되었고,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 논의가 진행될 때마다 한국의 우려와 근심은 더욱 깊어져 갈 수밖에 없었다.

주한미군의 감축은 크게 닉슨, 카터, H.W 부시 정부에서 추진되었다. 우선 1969년에 발표된 ‘닉슨 독트린’에 따라 미국이 주한미군 7사단과 2사단에 대한 철수계획을 발표하자 당시 북한 국방력 대비 상당한 열세에 놓여 있었던 한국은 주한미군의 철수 계획에 강력히 반발했다. 이후 양국 당국 간의 협의로 주한미군 7사단을 철수하고, 2사단을 후방으로 재배치하는 대신, 미국이 한국군 현대화 5개년 계획에 대한 원조를 승인하면서 주한미군 감축 논쟁은 일단락되었다. 카터 정부에서도 한국에 주둔하는 미 지상군 모두를 철수하고, 공군과 해군만 주둔시킨다는 감축 계획이 적극 고려되었으나, 한국 정부의 반발과 미 의회 및 미 국방부의 제동으로 인해 추진 자체가 무산되기도 했다. 탈냉전이라는 구조적 변동 속에 집권한 H.W 부시 정부에서도 주한미군 감축 논의가 진행되었다. 실제로 미 의회의 국방지출법인 넌-워너 수정조항에 따라 7,000명이 감축되었고, 제2사단 3여단이 해체되기에 이르렀다. 또한 1958년 1월 한반도에 배치된 이래 무려 33년간 유지돼 왔던 전술 핵무기들도 ‘NATO를 제외한 해외에 배치된 전술핵무기를 모두 철수한다’는 이른바 ‘부시 대통령의 핵구상’(Nuclear Initiatives)에 따라 1991년 12월에 완전 철수되었다.

H.W 부시 정부의 주한미군 감축 이후 30년이 지난 현재, 다시금 주한미군 감축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워낙 확고해 실제 감축으로 이어지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확산되고는 있지만, 여러 제약요인들로 인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무엇보다 주한미군 감축은 미 의회의 승인이 전제되어야 가능해진다. 미 의회는 매년 개정되는 ‘국방수권법’에 ‘주한미군 규모를 2만 8500명 이하로 줄이는 것을 금지한다’고 명시함으로써 미국 정부가 일방적으로 주한미군을 감축하지 못하도록 하는 견제장치를 마련해놓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 군사당국이 협의가 완료되고 이를 입증할 경우 감축이 가능하다’라는 예외조항을 두고는 있지만, 국민 정서 상 한국 정부가 주한미군의 감축 협의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어렵다. 설령 미국 정부가 국방수권법의 예외조항을 활용해 감축을 추진하더라도 감축되는 주한미군의 재배치 문제도 미 국방부를 곤혹스럽게 만들 것이다. 아무리 단계적 감축을 추진하더라도 감축되는 대규모 병력을 재배치할 지역을 찾기가 녹록치 않을 뿐만 아니라 비용 또한 막대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역안정 차원에서도 주한미군은 이제 북한 위협을 억제하는 수준을 넘어 동북아 안정 유지와 미 본토 방어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 감축이 현실로 이어지기가 쉽지 않다. 최근 미-중 간의 대립이나 북한의 탄도미사일 고도화로 인한 주한미군의 점증하는 가치를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특히 밥우드워드의 저서인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에서 당시 매티스 국방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한미군 철수 주장에 ‘미군을 한국에 주둔하는 것은 가장 비용 절감적’이라면서 ‘3차 세계대전을 예방하는 길’이라고까지 주장하며 주한미군의 전략적 가치를 강조했던 사례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게다가 미국인들의 인식도 주한미군 감축을 어렵게 한다. 지난 7월 17일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주한미군 철수를 지지하는 미국인이 27%에 불과했던 반면, 철수 반대가 43%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미 의회나 국방부, 그리고 미국인들에 이르기까지 주한미군 감축은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 부합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기 요인들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정부가 감축을 추진한다면,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할까? 그리고 주한미군 감축으로 초래되는 한미동맹의 변화는 어떠한 방향성을 지녀야할까? 실제 주한미군 감축이 결정되면 한국정부나 한국인들의 심리적 충격은 상상 그 이상일 것이다. 이는 한미동맹 체결 이후 70년 간 ‘주한미군이 곧 한국안보’라는 무의식적 관성 때문이다. 이제는 이러한 무의식적 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주한미군 감축이 ‘상수’라는 인식의 전환을 통해 이에 대비한 밑그림을 구체적으로 그려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한국은 매년 세계 군사력 순위를 매기는 GFP(2020년 기준) 평가에서 일본에 이어 세계 6위의 군사강국에 위치할 정도로 군사력 분야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냈다. 주한미군이 한국에게 추산할 수 없는 안보이익을 가져다준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우리군의 독자적인 작전수행능력 구축을 저해한 부분도 없지는 않다. 그래서 이에 대한 대비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하겠다. 과거사례를 보더라도 주한미군 감축이 추진된다면, 해·공군보다는 지상군 위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이나 국방개혁도 이와 연계해 추진하고, 가장 미진한 부분으로 평가되고 있는 핵확장억지력(핵우산) 제공의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주한미군의 감축은 결국 한미동맹의 변화를 초래하게 될 것이고, 이에 따라 동맹 변화의 방향성도 새롭게 정립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한미동맹은 구속력을 지닌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공동의 작전계획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으며, 주한미군의 주둔과 정례적인 연합훈련 실시, 한미 공동협의체계 운영 등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확고한 동맹체계를 유지해왔다. 이러한 기본적인 틀을 유지하되 여전히 안보제공국과 수혜국의 관계, 다시 말해 국가의 자율성을 내어주는 대신 안보를 취하는 비대칭적인 관계에 머물러 있는 한미동맹을 보다 대칭적이고 균형적인 관계로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 경험적 연구에서도 확인된 바와 같이 동맹이 항상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것만은 아니었다. 실례로 1816~1965년까지 발생한 177회의 전쟁을 분석해 ‘동맹국이 공약을 준수해 전쟁에 참여한 사례는 단지 48회(27%)에 불과했고, 108회(61%)는 중립을 유지했으며, 21회(12%)는 오히려 동맹국과 전쟁을 치렀을 정도로 동맹의 신뢰성이 낮았다’는 사브로스키(A. N. Sabrosky)의 연구 결과는 동맹에 대한 맹신을 경계하고 있다는 점에서 함의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물론 현재 굳건하게 유지되고 있는 한미동맹을 상기 연구결과에 빗대는 자체가 무리일 수는 있으나, 동맹 변화의 방향성 정립 측면에서 보면 충분히 고려해볼 만하다. 결국 한미동맹은 ‘한미동맹이 곧 한국안보’라는 목적론적 관점에서 ‘한미동맹은 한국안보의 수단’이라는 도구론적 관점으로의 인식 전환 정도에 따라 지향하는 방향성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 Issue Brief는 집필자의 견해를 토대로 작성된 것으로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이슈브리프 제1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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