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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호] 권소영 전문연구원 - 10월의 서프라이즈? 2020미국대선과 북미정상회담

8월 13 업데이트됨

제139호

권 소 영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 전문연구원/한국조지메이슨대학교 교수)

10월의 서프라이즈? 2020미국대선과 북미정상회담

미국의 전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존 볼턴의 백악관 회고록이 화제다. 볼턴의 매파적인 성향과 트럼프에 대한 회의적인 입장을 감안할 때, 이 책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입장을 담고 있을 것임은 자명하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트럼프의 생각과 정책 결정과정, 협상의 진정성, 북미정상회담의 뒷담화가 궁금한 독자에게 이 책은 한 전직 고위관료의 회고록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과는 달리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정권과의 대화를 주도하고 정상회담에 집중하는 모습은 높이 평가되어 왔다.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에 지친 북한에게도 트럼프의 적극적인 태도는 새로운 가능성을 시사하는 고무적인 일이었을 것이다. 2018년 6월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노력 등 4개항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두 번째 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대상과 방식, 그에 따른 미국 측의 보상 문제에 대해 논의하였다. 그러나,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합의문 채택이 불발되었다. 이후 6월 한국 방문을 계기로 판문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나기도 했으나, 10월 스웨덴에서 열린 북한 비핵화 문제에 관한 북미 간 실무협상이 결렬되면서 북미간 관계진전은 더 이상 없었다.

문제 해결을 위한 트럼프의 의지에 경의를 표하며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았던 이들에게는 실망스럽겠지만, 볼턴의 회고록은 그동안의 북미관계 전개나 양국 정상간의 만남이 트럼프 개인 업적 홍보용 이벤트였으며 트럼프의 개인적 외교(personal diplomacy)의 산물이었음을 밝히고 있다. 하노이 정상회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내 정치 상황으로 인해 곤혹스러운 상태에 놓여 있었다. 마이클 코언 변호사 청문회를 보느라 밤을 새운 트럼프는 회담장으로 가는 차 안에서 “스몰딜과 걸어나가는 것 중 뭐가 더 기사거리가 되겠느냐”고 묻기까지 하였다고 한다. 전날 국무부 협상팀에서 가져온 합의문 초안을 보고 채택하지 않기로 이미 결정한 후 김정은 위원장을 만났고, 실무협의에 기반한 실질적 합의를 위한 만남보다는 즉흥적인 트럼프만의 리얼리티 쇼 같은 정상회담이었다.

올해 트럼프는 재선을 노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코로나 위기 대응 실패와 경제 위기, 대외관계 악화 등으로 대선전에서 불리한 상황에 있다.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바이든 후보와 10% 차이가 나는 등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다. 정치적 효과를 노리고 선거의 향방을 바꿀 수 있는 무엇이라도 시도해야 할 판국이다. 그렇다면 3차 북미 정상회담을 통한 서프라이즈가 트럼프의 재선을 도와줄 수 있을까? 북한의 입장에서는 트럼프의 재선을 원하고 있을까? 혹여 성사된다면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북한과 미국 간의 정상회담이 미국 대통령 선거 전에는 이미 물 건너갔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는데 최근에 갑자기 한국과 미국 양쪽에서 무언가 가능할 수도 있다는 보도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볼턴은 트럼프가 대선에서 열세에 몰릴 경우 기회 회생 방안으로서 10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재회담할 가능성이 있다며 ‘10월의 서프라이즈’ 가능성을 언급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미국 대선 전 북미정상회담 추진을 거론하고, 미국 조야에서 '10월 정상회담설’이 나오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 도움이 된다면 김정은과 다시 만나겠다”며 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국의 외교안보라인 인사 교체와 미국의 비건 대표의 한국 방문까지 모두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재선에 질 것 같다는 조바심 때문이라도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그렇지만 충분한 사전합의 없는 만남이나 결과물 없는 정상회담은 트럼프의 성과관리 차원의 또 다른 이벤트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으로부터 위협을 내가 다스려 놓았다’는 식의 정치적 선전을 해왔다. 김정은 위원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는 자랑으로 국내 청중들의 관심을 받았다. 사실, 미국 유권자들의 관심은 국내적인 이슈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미대선 캠페인에 있어 외교정책이나 대북정책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따라서 트럼프의 성과 관리 차원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필요하지, 스몰딜이든 빅딜이든 결과가 도출되어지는 구조는 아닐 것이다. 이미 트럼프는 북한이 원하는 쪽의 딜을 해서는 미국의 국내정치적으로 환영받지 못한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다.

지금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서도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가 재선에 실패하고 민주당의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미국의 북핵 관련 정책은 지난 오바마 정부 때와 유사한 정책으로 회귀해 북미 간 대화는 끝나버릴 거라는 생각에서 조바심을 가질 수 있다. 바이든 후보는 오바마 정부의 부통령이기 이전에 50여 년간 의회 국제관계위원회 및 외교정책에 관여해 온 외교전문가이다. 미국의 강한 리더십, 국제기구, 인권, 비핵화의 신념을 갖는 자유주의적 국제주의자 (liberal internationalist)로 평가되며 당선된다면 동맹관계의 재활성화와 미국의 신뢰 회복, 국제사회의 협력을 골자로 하는 외교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으로서는 바이든이 반가운 협상 파트너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서 볼 때 지금 설사 무슨 합의를 하더라도 금년 11월 이후에 미국의 선거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가지고 있는 모든 카드를 드러내 보여주기는 어려울 것이다. 북한은 “미국과 마주앉을 생각 없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여러 차례 표명했다.

대선 전에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어 비핵화가 진전이 된다면 좋겠지만 상황을 좀 자세히 들여다보면 힘들어 보인다. 이미 두 정상은 두 번이나 만나서 회담을 했지만, 미국은 북한 현실에 대한 정확한 평가 없이 당근과 채찍 방식으로 ‘핵 문제’에만 접근하고 있다. 핵무기를 없애면 경제 지원을 해주겠다는 셈법은 북한이 받아드릴 수 없는 제안이다. 핵심은 북한의 체제 보장을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이고, 북한에 핵이 필요한 것은 국가 안보가 아니라 정권 안보 때문이다. 북한정권의 딜레마에 초점을 맞추어 실무차원에서 이행할 수 있는 실질적인 내용을 담은 합의를 체결하는 정상회담이 아니라면 <10월의 서프라이즈>는 말 그대로 또 하나의 트럼프식 <깜짝쇼>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 Issue Brief는 집필자의 견해를 토대로 작성된 것으로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이슈브리프 1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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