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7호
송 경 호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 전문연구원)
최근 북한 「로동신문」의 인권관련 보도 경향
최근 북한 언론에서 ‘인권’은 어떤 맥락에서 어떤 방식으로 다루어지고 있을까? 이러한 질문에 대답하기 위한 기초 작업으로서 2018년 이후 현재까지 「로동신문」에서 ‘인권’ 키워드를 포함한 기사들을 1차 분석했다. 2018년 1월 1일부터 2022년 7월 22일까지 총 555건의 기사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는데, 이 중에는 2021년 12월 1일자 “열렬한 직업애는 마를줄 모르는 애국의 샘줄기 [4면]”의 인명(人名) “명인권”의 경우처럼 ‘인권(人權)’이 아닌 경우도 소수 포함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는 이후 키워드 분석 과정에서 제외처리 했음을 미리 밝혀둔다.
「로동신문」에 ‘인권’ 키워드를 포함하는 기사가 실린 호 수는 총 441개로, 이를 기준으로 총 555건의 기사를 나누면, 매호 평균 1.26건의 기사를 확인할 수 있다. 단, 「로동신문」이 매일 발간된다는 점과 2018년 1월 1일부터 2022년 7월 22일까지가 1,664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 기간 동안 ‘인권’ 기사는 0.3건, 즉 3일에 한 번 꼴로 실렸다고 볼 수 있다. 이 중 대부분에 해당하는 348일에는 1건의 기사만 확인되며, 2건이 실린 날은 75일, 3건은 15일, 4건은 3일이었다. 구체적으로 ‘인권’ 기사가 4건이 확인된 2018년 5월 26일의 경우, 모두 6면에 실린 기사들로 한국의 불법사찰에 관한 기사 외에는 모두 미국의 『인권보고서』와 관련된 것이었다. 또 다른 사례인 2019년 3월 8일의 경우에는 1면과 2면에 각각 1건, 그리고 6면에 2건의 기사가 실렸는데,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녀성인권”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마지막으로 2019년 3월 10일은 5면의 “조선의 선거제도는 참으로 우월하다” 기사 외에는 모두 6면에 기사가 실렸는데, 일본의 강제징용범죄에 대한 한국의 판결, 러시아의 유엔인권이사회 발언, 유엔독립조사위원회의 이스라엘에 대한 보고 등 주제가 다양했다.
또한 기사 수와 관련하여, 아래 [도표 1]에서 확인할 수 있는 바와 같이, 2020년 이후 ‘인권’ 기사의 수가 감소하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는데, 그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질적 분석이 필요하다.
[도표 1] 「로동신문」의 년월별 ‘인권’ 기사 수
한편, 전체 ‘인권’ 기사 중 면수를 확인할 수 없는 2건을 제외하면, 전체 기사의 88.79%인 491건이 6면 에 실렸으며, 2면 3.44%(19건), 5면 2.53%(14건), 1면은2.17%(12건) 순이었다. ‘인권’을 포함한 1면 기사들은 대부분 인권의 내용을 다루는 것이라기보다 ‘재일조선인인권협회’ 등에 대한 김정은의 축전 소식이었으며, 예외적으로, 앞서 언급한 2019년 3월 8일자 “[사설] 조선녀성들은 사랑과 헌신으로 사회주의조국을 받들어가는 참된 애국자들이다” 기사, 김일성의 생애를 북한이 주장하는 “참다운 인권”과 연관시킨 2019년 7월 10일자 “《인민을 하늘처럼 여기신분》, 《현지지도의 한평생》” 기사 등이 있었다. 또한 북한의 체제를 선전하는 2020년 6월 2일자 “[론설] 우리 당의 정치는 인민대중제일주의정치이다” 기사, 2020년 7월 13일자 “더욱 완벽하게”, 2021년 3월 18일자 “[정론]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 등에서 ‘인권’이 등장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로동신문」 ‘인권’ 기사의 작성자 역시 분석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작성자 란에 총 84개의 고유값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조선중앙통신”이 83건, “본사기자”가 39건, “본사기자 림원”이 14건으로 나타났다. 개인으로는 “이현도”와 “본사기자 안철권”, 그리고 “허영민”이 각각 12건씩 확인됐다. 한편, 성명 앞에 “본사기자”라는 표현이 붙은 경우를 삭제하고 고유값을 재산출한 결과, 총 67종의 작성자가 확인됐다. 그 결과 “허영민”이 19건으로 가장 많은 ‘인권’ 기사를 작성했으며, “안철권” 15건, “리철혁”과 “심철영”이 13건, “리현도”와 “리효진”이 12건, “김승걸”과 “손소연”이 11건 등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모두 「로동신문」 기자들로서 주로 6면의 “정세해설”이나 “론평” 기사에서 해외의 인권 실태를 비판하는 기사를 작성해 왔다.
그 외에 구체적인 직책이 명시된 작성자로 “일본연구소 상급연구원 조희승” 3건, “국제문제연구원 인권연구소 연구사 리혜영” 1건, “사회과학원 사회정치학연구소 연구사 리문영” 1건, “일본연구소 연구원 리학남” 1건 등이 확인됐다. “조희승”은 2018년 9월에 “[정세해설] 일본은 성노예범죄의 책임에서 절대로 벗어날수 없다”는 제목의 기사를 연재했으며, “리혜영” 역시 2018년 2월 23일자 “[론평] 일본은 성노예범죄의 책임에서 영원히 벗어날수 없다” 기사에서 같은 사항을 다루었다. 한편 “리문영”은 2018년 7월 29일자 “우리 당의 장애자보호정책의 생활력”에서 북한의 장애인 인권 실태를 옹호하는 기사를 작성했다. 한편, “리학남”은 다른 기사에서 “리학남”으로 표기되었으나, 2018년 3월 14일자 “[론평] 제 집안문제나 바로잡으라” 기사에서만 일본연구소 연구원으로 표기되었으며, 2019년 12월 10일자 “참다운 인권보장과 사회제도” 기사에서는 “본사기자 리학남”으로 표기되었다. 만약 동일인물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면, 「로동신문」의 작성자 데이터가 북한 언론 엘리트층 내부의 인사이동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로동신문」 ‘인권’ 기사의 제목과 본문을 토큰화해서 분석한 결과, 제목과 본문에서 “미국”이 각각 100회와 2,378회 언급되었으며, “남조선”이 28회와 777회, “일본”이 27회와 767회 언급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데이터에는 미국, 일본, 한국이 동시에 언급된 경우가 중복으로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미리 밝혀둔다. 아래 [도표 2]는 미국, 한국, 일본이 언급된 기사 수를 시계열적으로 표시한 것이다. 미국의 경우 “인권보고서”와 관련된 기사가 많았고, 한국의 경우에는 “보수”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언급이 많았다. 일본의 경우에는 “위안부”와 “성노예”, 그리고 “재일조선인”과 관련된 기사가 많았는데, 이와 연관해 “식민지”라는 표현도 다수 발견됐다. 개별 국가와 관련된 ‘인권’ 기사의 시계열적 증감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질적 분석이 필요할 것이다.
[도표 2] 「로동신문」의 년월별 ‘인권’ 기사 중 “미국”, “일본”, “남조선”이 언급된 기사 수
또한 아래 [도표 3]과 같이, 북한 정권이 국제협약에 가입 이후 특별히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여성, 아동, 장애인 인권과 관련해서도 데이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로동신문」의 ‘인권’ 기사 중 “녀성”이 언급된 기사는 143건, “아동”이나 “어린이”는 81건, “장애자”는 14건으로 확인됐다. 이 데이터 역시 여성, 아동, 장애인이 동시에 언급된 경우가 중복으로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미리 밝혀둔다. 앞서와 마찬가지로, 이들 기사는 대체로 외국의 인권 상황을 비판하거나 이에 대비해 북한의 인권 상황을 긍정하는 맥락을 공유하고 있지만, 개별 사안과 관련된 ‘인권’ 기사의 시계열적 증감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질적 분석이 필요할 것이다.
[도표 3] 「로동신문」의 년월별 ‘인권’ 기사 중 “녀성”, “아동/어린이”, “장애자”가 언급된 기사 수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로동신문」에서 ‘인권’ 키워드를 포함한 기사들을 분석함으로써 최근 북한 언론에서 ‘인권’이 다루어지는 맥락과 방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18년 1월 1일부터 2022년 7월 22일까지 총 555건의 기사를 분석한 결과, (1) 전체 기간 동안 ‘인권’ 기사가 평균 3일에 한 번 꼴로 등장했으며, (2) 2020년 이후 ‘인권’ 기사의 수가 감소하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3) 전체 ‘인권’ 기사 중 대부분인 88.79%가 6면, 즉 국제면에 실렸으며, (4) 기사 작성자 데이터 역시 분석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마지막으로, (5) 미국, 일본, 한국 등 개별 국가와 관련된 ‘인권’ 기사의 전체적 경향과 시계열적 증감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6) 여성, 아동, 장애인 등 개별 사안과 관련된 ‘인권’ 기사의 전체적 경향과 시계열적 증감 역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데이터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간의 교차분석 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질적 분석이 필요할 것이다.
● Issue Brief는 집필자의 견해를 토대로 작성된 것으로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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