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5호] 서수정 전문 연구원 -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과 한반도 평화공존: 중국을 활용한 다자적 협력 모색
제185호
서 수 정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 전문연구원)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과 한반도 평화공존
: 중국을 활용한 다자적 협력 모색
1. 북미 대화 재개는 가능한가
북미 대화가 중단된 지 7년이 지났다. 2018년 역사적인 첫 북미 정상회담 이후 2019년 '노딜'로 하노이 회담이 결렬되었고, 같은 해 10월 스톡홀름 협상을 마지막으로 당국자 간 공식 실무협상도 중단되었다. 7년의 대화 공백 동안 한반도의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북한은 2022년 9월 최고인민회의에서 핵무력정책을 법령으로 채택하고 '불가역적인 핵보유국 지위'를 표방한 데 이어, 2023년에는 이를 헌법에 명시하기에 이르렀다. 북핵 위협은 한층 고도화되었고, 북핵문제 해법은 더욱 복잡하게 흘러가고 있다.
그런데 최근 북미 대화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사실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은 2025년 1월 제2기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지칭한 데 이어, "난 김정은과 매우 우호적이었고 그는 나를 좋아했다. 나는 그를 좋아했고, 우리는 매우 잘 지냈다"며 개인적 친분을 재차 강조하였다.1)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 주재 북한 유엔대표부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에게 친서 전달을 시도한 데 이어,2) 8월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에게 "올해 그(김정은 위원장)를 만나고 싶다"면서 북미 대화 재개 의사를 직접적으로 표명하기도 하였다.3)
무엇보다 북한과 대화 재개를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수사에 머무르지 않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2025년 12월에 공개한 국가안보전략(National Security Strategy, NSS)에서는 북한에 대한 언급이 사라졌다.4)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주요 안보 위협으로 명시했던 트럼프 1기 그리고 바이든 행정부의 NSS와 비교하면 분명한 변화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도 김정은 위원장과의 과거 정상외교를 반복적으로 소환하며 대화 의지를 내비쳤다. 특히 싱가포르 회담과 판문점 회동 당시의 사진을 연이어 게시하면서도 합의에 이르지 못한 하노이 회담 사진을 제외한 것은, 자신과 김 위원장의 관계가 원만했던 장면을 부각하려는 의도적 연출로 해석할 수 있다.5)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내는 신호는 분명하다. 적어도 미국 측에서는 북미 대화의 문을 다시 열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대화를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유화 제스처를 단순히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신호만으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대화를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이다. 우선, 2026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과의 대화 재개는 대외정책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특히 이란 문제에서 뚜렷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채 교착 국면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새로운 외교적 공간을 확보하려는 유인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러한 가능성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 축소를 지시했다며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밝힌 시점에서도 엿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밝힌 시점은 미-이란 양해각서에 따른 휴전 시한이 만료되기 하루 전날이었다. 이란 문제를 둘러싼 교착이 지속되는 가운데, 북한에게 민감한 한미연합훈련 축소를 제시함으로써 북한과의 대화 여건을 조성하고 현 국면의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행보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그런데 과거 협상이 결렬되었던 하노이 회담의 경험을 고려할 때,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북한의 입장을 파악하고 양측의 이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중국을 활용할 유인이 존재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중국은 북미 대화 과정에서 주목할 만한 중요 외부 행위자이다. 중국은 북한과의 정치?경제적 관계를 바탕으로 일정 부분 대북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으로서는 중국과 의견교환을 통해 북한의 대화 참여를 촉진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올해 5월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이후 백악관은 양국 정상이 북한 비핵화를 공동 목표로 확인했다고 밝혔다.6) 반면, 넉 달 뒤인 9월 미중 정상회담을 설명한 백악관 자료에서는 이전과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즉 미중 정상이 북한 문제를 논의했다는 사실은 명시하면서도, 5월에 사용했던 '북한 비핵화가 공동 목표'라는 표현은 포함하지 않았다.7) 이러한 변화는 최근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 대한 표현을 어떻게 조정하고 있는지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례로, 중국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 참여한 어느 한 외신기자가 올해 6월 북중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없는 것에 대해 질문하자,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해당 문제에 대한 입장과 정책은 연속성과 안정성을 견지하고 있다고 갈음했다.8) 이는 최근 중국 국방부가 발간한 주요 안보 문서에서 '한반도 비핵화 지지' 문구가 생략된 것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9) 올해 8월에 방한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 또한 비핵화 자체보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재차 강조하였고,10) 최근 두 차례 진행된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국가주석 역시 이와 다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괄목할 만 하다.11)
물론, 중국의 역할은 대북 영향력 활용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중국을 북미 대화 과정에 일정 부분 참여시키는 것은 향후 북미 협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수를 관리하고 미국의 전략적 선택지를 넓힌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북미 대화가 재개되어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더라도 하노이 회담과 같이 양측의 입장 차이로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 중국이 일정 부분 대화 과정에 관여하고 있다면, 설령 북한이 협상에 충분히 호응하지 않더라도, 미국은 이를 중국의 대북 영향력의 한계와 연결하여 협상 결과에 따르는 책임과 부담을 중국과 공유하는 외교적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의 한 전직 고위 관료는 과거 미국 내에서 '북한문제는 중국 책임'이라는 담론이 형성되었으며, 미국의 전략가들이 중국의 안보적 이해관계를 파악하고 이를 북한문제에 활용하려 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12)
3. 이재명 정부는 북미 대화의 공간을 어떻게 한반도 평화공존으로 연결할 것인가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의 핵심은 남북 간 교류협력을 재개하여 상호 신뢰를 회복하고 공동성장의 기반을 마련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단계적이고 실현 가능한 핵문제 해법을 모색하는 데 있다.13) 그러나 평화공존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남북관계의 현실적인 여건은 녹록지 않다. 북한은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고 남북 당국자간 대화 또한 중단한 상태이다. 반면, 미국에 대해서는 일정한 조건을 제시하면서도 대화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 않았다.14) 남북 대화의 문은 좁아진 상황이지만, 북미 대화 재개를 둘러싼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남북관계가 경색된 국면에서도 남북 간 모든 접촉의 가능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최근 남측 지방자치단체가 16년만에 남북교류 협력사업을 재개한 사례는 이를 뒷받침한다.15) 물론 해당 사례를 곧바로 북한의 대남관계 개선 의사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정치적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고 북한의 실질적 수요가 있는 분야에서는 제한적인 접촉과 실무적 협력이 가능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해당 사업이 중국을 경유하여 추진되었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16) 이는 남북 당국자간 대화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중국과 같은 제3의 행위자나 경로를 활용할 경우 제한적으로 협력의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즉 현재의 남북관계에서는 단절된 남북 대화의 복원만을 기다리기보다, 우회적이고 다자적인 방식으로 남북관계의 접점을 만들어가는 방안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을 단순히 '코리아 패싱'에 대한 우려로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 오히려 한국 정부는 북미 대화 재개라는 새로운 외교적 공간을 어떻게 한반도 평화공존을 위한 공간으로 연결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한국 정부가 북미 대화의 직접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북미 양측이 수용할 수 있고 주변국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협력 의제를 발굴함으로써 대화의 외연을 확대하는 역할은 수행 가능하기 때문이다. 북한 역시 자신에게 정치적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은 분야에서는 국제기구와 일정한 관계를 유지해왔으며, 자발적 국가검토보고서(Voluntary National Review, VNR) 제출과 같은 방식으로 국제사회와 제도적 접점을 형성해왔다.17) 그렇기 때문에 북한이 상대적으로 수용하기 용이한 국제협력 분야를 중심으로 대화 의제를 설계한다면, 남북 간 직접 대화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협력의 접점을 확보할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한국 정부는 한반도 평화공존 추진에 필요한 동력 자산으로서 중국의 활용을 고려할 수 있다. 중국은 북한과 정치?경제적 관계를 바탕으로 일정한 대북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는 동시에 최근 미중 양 정상이 지속적으로 한반도 문제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미 대화와 다자적 협력을 연결할 수 있는 중요한 위치에 있다. 다만, 한국 정부가 중국을 활용한다는 것은 중국에게 북한을 설득하거나 압박해달라고 요청하는 것과는 다른 새로운 방식의 접근이 요구된다. 이는 북한의 비협조나 중국의 소극적 태도 등으로 이어져 실질적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과거 북중 협력사업이 충분하게 진전되지 못했던 원인을 면밀히 분석하고, 그 과정에서 확인된 북한과 중국의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새로운 협력 의제로 발전시키는 접근이 필요하다.
결국 한국 정부의 역할은 대화의 직접적인 당사자가 되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남북 대화가 단절된 현 상황에서는 북미 대화 재개가 만들어내는 외교적 공간을 활용하여 북한이 수용할 가능성이 높은 협력 의제를 발굴하고, 이를 중국을 비롯한 한반도 주변국이 참여할 수 있도록 다자적 협력구조로 발전시키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접근이 될 것이다. 이러한 역할이야말로 남북 대화와 북미 대화가 비대칭적으로 전개되는 현재의 한반도 정세에서 한국 정부가 수행할 수 있는 실질적인 '페이스메이커'의 역할이라 할 수 있겠다.
참고문헌
1) "Trump calls N. Korea 'nuclear power,' says Kim will be happy to see his presidential comeback", The Korea Times, 2025-01-21.
2) "Trump is receptive to contacts with North Korean leader, White House says", Reuters, 2025-06-12.
3) "트럼프 '김정은 올해 만나고 싶다'… DMZ 재방문 의사도", 한국일보, 2025-08-26.
4) "U.S. envoy reaffirms 'complete denuclearization' of N. Korea amid its omission in new U.S. security strategy", UPI, 2025-12-08.
5) "'노딜 회담'은 빼고… 트럼프, 김정은과 찍은 사진 잇따라 공개", 한겨레, 2026-08-25.
6) 다만, 중국측에서는 양국 정상이 북한 비핵화를 공동 목표로 확인했다는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참고: "Fact Sheet: President Donald J. Trump Secures Historic Deals with China, Delivering for American Workers, Farmers, and Industry", The White House, 2026-05-17.
7) "Fact Sheet: President Donald J. Trump Advances a Fair and Reciprocal Relationship with China While Hosting Historic State Visit", The White House, 2026-09-25.
8) “2026年6月9日外交部发言人林剑主持例行记者会”,中华人民共和国外交部网站,2026-06-09.
9) “新时代的中国军控、裁军与防扩散”,中华人民共和国国防部网站,2025-11-27.
10) "왕이,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 입장 '연속?안정'.. '비핵화' 표현 자제", MBC, 2026-08-20.
11) 정재흥(2026). "한중관계 경색에서 관리로: 이재명 정부의 대중정책 전환과 한중정상회담 평가", 『세종정책브리프』 No. 2026-07, pp. 17-22.; "이재명-시진핑 첫 정상회담… '대북 관여' 전략적 소통 강조", BBC News 코리아, 2025-11-01.
12) 이성현(2014). "북핵의 '중국책임론'과 미국의 외교전략", 『성균차이나브리프』 2권 3호, pp. 118-123.
13) 통일부(2026). 「이재명 정부의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 p. 22.
14) "김정은 '美가 적대시 정책 철회하면 좋게 못 지낼 이유 없어'", 연합뉴스, 2026-02-26.
15) "북한에 제주 한라봉 묘목, 신장투석기 등 지원… 통일부 '반출 승인'", JTBC, 2026-06-08.
16) "제주 차원 남북 교류 협력사업 재개…남북 관계 물꼬 트나?", KBS, 2026-06-09.
17) 서수정(2026). "북한의 '발화된 침묵'과 국제 규범 수용: 자발적 국가검토보고서(VNR 2021)를 중심으로", 『한국정치연구』 35권 1호, pp. 123-148.
#키워드: 북미 대화 재개, 한반도 평화공존, 중국의 대북 영향력, 다자적 협력, 한반도 비핵화, Resumption of U.S., North Korea Dialogue, Peaceful Coexistence on the Korean Peninsula, China's Influence on North Korea, Multilateral Cooperation, Denucle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 Issue Brief는 집필자의 견해를 토대로 작성된 것으로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